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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139호
Nature & Travel
가을 강원에 물들다
VIEW.696
전영민
사진 박준욱, 국립 숲체원, 박상운






눈 부시게 푸르던 잎새들이 어느새 주홍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올여름도 다 지나갔다는 아쉬움과 여기저기 넘실대는 가을의 설렘이 교차하는 요즘. 

이 변화의 길목을 살짝 더디게 보낼 순 없을지 생각해봅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 하나. 더없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기엔 강원만 한 곳이 없다는 사실. 

가을은 결국, 

강원으로 점철돼 있으니까요. 





 




# 도심 근교에서 만나는 대자연, 봄내 생태숲 

지난여름 강원특별자치도 산림과학연구원은 2013년부터 약용 추출물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한 춘천 특용자원시험림을 ‘봄내 생태숲’으로 새 이름을 알렸다. 축구장 43개 규모, 310,625㎡(약 94,000평)에 이르는 거대한 숲이 민간에 개방되며, 그간 연구해온 211종의 식물과 14종의 특산 식물을 이제 누구나 자유롭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숲 입구 방문자센터에 도착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숲에서 흘러나온 청량한 풀 내음이었다. 10여 년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이 오롯이 간직해온 자연의 냄새였다. 


센터를 지나 왼편에 자리한 ‘유아 숲 체험지구’(17,045㎡). 말캉거리는 자연 놀이터 바닥이 참 별나다. 우레탄, 고무 등 탄성 바닥재로 포장된 여느 놀이터와는 달리, 한 무더기의 나무껍질이 모래처럼 폭신히 깔려있다. 정글짐, 미끄럼틀, 트램펄린, 미니 암벽등반 등 아이들이 그 위를 맘껏 뛰놀아도 안심이겠다 싶다. 각종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돌배나무 체험원이 바로 옆에 있어 어린이 산림교육장으로 금상첨화다. 




 

 




센터 우측으로 뭉근한 경사 길을 올라 ‘동북아 우호의 숲 지구’(29,810㎡)에 닿았다. 중국, 몽골,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국가와 맺은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조성한 산림문화 체험장으로 대나무, 수양회화나무, 판다 조형물로 꾸민 동북 3성 숲정원, 몽골 초원과 게르를 형상화한 몽골 숲정원 등 나라별 상징물과 대표 수종을 둘러볼 수 있다. 


숲 상단부 삿갓봉 능선 아래 놓은 5km 생태 탐방로인 숲속전망지구(3.1km)와 숲속탐방지구(1.7km)도 가을 문을 두드린다. 찬찬히 가을을 만끽하는 걸음 아래로 춘천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도심 근교에서 울창한 숲길 체험이라니. 이런 호사를 어디서 또 누릴 수 있을까. 





 

강원특별자치도립 봄내 생태숲. 춘천시 성문길 243. 033-248-6685. 

입장 무료. 숲 해설 프로그램은 10~20명 단체로 진행되며 방문 7일 전 예약 필수! 







 



# 숲과 사람을 잇다, 국립춘천숲체원 

가온마을, 나래마을, 다온마을, 라온마을 

함께하길, 이겨내길, 행복하길, 기억하길, 건강하길, 놀다가길, 숲친구길 


참 마음씨 고운 숲이다. 가나다 한글 순으로 정갈하게 이름 지은 마을들과 방문객에게 전하는 온정 가득 담긴 7개의 숲길. 국립춘천숲체원 안내도는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화천으로 가는 수리봉(656.7m)과 푸른 소 삼한골 사이에 자리한 국립춘천숲체원.

“산림 전문 교육센터입니다. 춘천의 경우 2021년에 개원했고 실내외 암벽장, 로프 체험시설, 트레킹 플라잉디스크, MTB 산악자전거 등 산림 레포츠 특화시설이 많이 조성돼있습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는 숲체원은 숲에서 청량한 하룻밤을 머물며 9가지 산림교육과 또 다른 9가지 산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복합형 산림복지시설로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 엄마 뱃속에서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을 기운을 가득 머금은 335ha 숲이 잔뜩 움츠린 감각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잣나무, 낙엽송, 소나무, 산벚나무 등 사방을 빽빽이 채운 나무들이 오감을 시원하게 만든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많아요. 참나무에는 신갈, 떡갈, 갈참, 졸참, 굴참, 상수리 나무가 있는데 잎자루가 없으면 신갈, 떡갈나무예요. 소나무와 잣나무도 숲에 많아요. 소나무는 ‘소’자 모양처럼 솔잎 가닥이 두 개, 잣나무는 다섯 가닥! 저기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는 계수나무인데 가을이 짙어질수록 캐러멜 향을 내뿜어요.” 어릴 적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처럼 신승교 문화관광해설사(춘천시)가 들려준 숲체원 나무 이야기에 귀가 쫑긋거린다. 


푸른 밤 숲체원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글램핑장 별빛집, 우거진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속집은 마음의 환기가 필요한 우리에게 강원을 찾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국립춘천숲체원. 춘천시 신북읍 장본2길 331. 033-912-9000. 

숙박 예약 sooperang.or.kr 방문 예약 ccfowi.moddo.at 




# 몸 충전 마음 충전, 삼척 덕풍계곡 힐링타운 

고개를 들면 화창한 하늘을 맞이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마을 주민들의 환한 미소가 반긴다. 이 가을 누구에게나 휴식이 되어주는 삼척 덕풍계곡마을을 찾았다. 


비릿골, 문지골, 괭이골 등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덕풍계곡, 그중 용이 솟아났다는 전설을 갖은 용소골은 계곡 입구부터 생태탐방로 덱이 설치돼 사시사철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계곡 하나 기가 막히죠. 여름에는 시원한 물놀이로, 가을에는 능이와 송이버섯을 찾아 많이들 오세요. 이 첩첩산중 계곡에 연 6만 명이 찾아온다니까요. 올해는 7080 음악 축제, 싸리나무 바비큐 행사도 열어 더 북적였어요. 이제 힐링타운과 10분 거리에 가곡유황온천도 생겼으니 올겨울을 기대해볼 만하죠.” 덕풍계곡 힐링타운에서 만난 마을 이장 김대용 씨에게 덕풍계곡은 마을의 자부심이자 자랑이었다. 








계곡 입구, 길섶의 돌담이 정갈하게 둘러친 덕풍계곡 힐링타운은 한때 학생 수가 600명이 넘는 풍곡분교였다. 2012년 3월 학교가 문을 닫자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삼척시에 제안을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덕풍계곡을 찾는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일종의 선포였다. 


누런 햇살이 내려앉은 새파란 잔디밭 둘레로 컨테이너 하우스 8동이 뺑 둘러앉았다. 삼척 자연이 준 이 고즈넉한 목가적 풍경마저 온전한 가을 힐링으로 다가온다.

“옛 교사동 건물은 2층 전체 게스트하우스로 바꿨습니다. 2인실, 4인실, 8인실이 각 2개소씩 있어요. 1층엔 식당, 화장실, 샤워실, 전시실이 있는데, 특히 마을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시는 이불 빨래를 무료로 할 수 있게 대형 빨래방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그 앞으로 마을 카페를 신축했어요. 주민들이 매일 마실 나오셔서 시끌시끌해요.” 


그렇게 삼척시는 사업비 37억 원을 투입해 2019년 힐링타운 조성에 나섰고, 마을 사람들의 참여 속에 꼬박 4년만인 지난 5월 준공을 알렸다. 7월부터 시작한 힐링타운 운영 역시 마을 주민들이 도맡고 있다. 




 

덕풍계곡 힐링타운. 삼척시 가곡면 청옥로 4531. 

https://valley0396.modoo.at. 0507-1377-0394 






# 전문가들이 인정한 최고의 단풍 비경, 인제 갯골자연휴양림  

강원특별자치도에서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면적 98.2%로 가장 높은 산림률을 자랑하는 인제. 자타공인 산림 도시를 자부하는 인제에 올가을 대규모 자연휴양림이 들어선다. 


용이 승천한다는 기룡산(1,015m) 줄기를 따라 시원하게 흐르는 ‘갯골’은 수려한 원시림과 오염원 하나 없는 맑은 물, 인제 시가지와 인접한 편리한 접근성으로 오랫동안 지역민의 휴양지로 사랑받아왔다. “2018년 가을, 전국 숲해설경연대회가 갯골에서 열렸어요. 그때 전국에서 모인 숲해설가들이 하나같이 ‘단풍으론 갯골이 전국 최고’라고 입을 모았어요. 붉게 물든 기룡산이 정말 일품입니다.” 취재를 동행한 박상현 팀장(인제군)이 놓쳐선 안 될 갯골의 가을을 덧붙여 말했다. 





 




인제 남북리 701번지 외 28필지, 74.4ha에 이르는 계곡 기슭에 갯골의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여 지은 ‘숲속의 집’ 22동, 오토캠핑 25개 덱, 캠핑센터 1동이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다. 


취재 내내 휴대전화 통신 신호가 끊길 정도로 산골 중의 산골에 자리한 갯골 휴양림은, 또한 취재 내내 지저귀는 새소리와 곤충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달콤한 산바람에 개장하면 바로 예약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정도로 청정 자연을 자신한다. 


4타입의 객실 내부는 인제의 자랑 자작나무로 꾸며졌다. 훤히 트인 객실 통창과 발코니로 푸르른 갯골이 스며들고, 밤이면 지붕창으로 검푸른 하늘에 알알이 박힌 별들도 쏟아 내린다. 








갯골자연휴양림. 인제군 인제로 103번길 577. 033-460-2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