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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
135호
Nature & Crafts taste
우주의 신비를 연구하다, 정선 예미랩
VIEW.544
이혜진 본지 객원 작가이자 들꽃 사진관 대표
사진 연합뉴스, 강원도 보도지원팀

우주의 비밀을 캐내는

지하 1000M 연구소 


   



요즘 ‘알쓸인잡’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와는 다른 생각 구조를 가진 과학자들의 삶이 흥미로워지던 때에 마침, 동네에 신기한 지하연구소가 생겼다며 취재 제안이 왔다. 바로 수락했다. 과학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정선 예미로 출발했다. 


“아, 여기가 계속 비어 있더니 예미랩이 들어섰구나!” (구)함백중 고교 건물인데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꽤 오랫동안 텅 빈 채로 있어서 왜인지 궁금했었다. 폐교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으니 어떻게 될지 기대도 컸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건물로 들어섰다. 


박강순 책임기술원과 만나 안전 수칙 교육을 듣고, ‘한덕철광’의 권양기까지 5분 정도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 물질을 연구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몇 년 전 탄광의 갱도를 들어가 보고 싶어서 몇 번을 기웃거릴 때도 못 타봤던 지하로 내려가는 수직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00m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말에 심장이 요동을 친다. 먼지도 안 먹고 깨끗한 지하로 내려가 볼 수 있다니 거듭 놀랍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커다란 철창 몇 겹을 걷자 차가움이 몰려온다. 지하와 지상의 급격한 온도 차로 하얀 수증기가 맹렬히 뿜어져 나왔다.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겁나는 마음이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앞섰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예미랩’ 지하 연구실은, 엘리베이터로는 지하 600m까지만 내려간다. 


그 이후에는 내부 회색의 철광 먼지가 수북한 차로 갈아타고 약 800m 가량 비스듬한 내리막을 더 내려간다. 지하에서 차를 타다니. 커다란 개미집 같은 모양의 구멍들이 보인다. 상상했던 지하 연구실의 모습은 과학자들이 하얀 연구복을 입고 비커와 실린더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이전 양양 지하 연구소에서의 이사가 진행 되지 않아서 실험이 시작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하 실험연구단의 목표는 암흑물질의 존재와 중성미자의 특별한 성질을 찾아내 우주의 비밀을 캐내는 것이다. 양양 지하연구소는 지하 700m, 300제곱미터 규모로 우주선 (뮤온: muon) 차단은 잘 되지만 연구 장비를 확장하거나 개선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예산으로 더 나은 공간을 찾다가 지하 1,000m, 면적 3,000㎡까지 가능한 정선 예미를 선택했다고 한다.


땅속 깊이 들어갈수록 방해꾼을 최소화하여 원활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 깊숙이 내려왔다. 높은 천장으로 넓은 시야가 확보된다. 커다랗게 팬 13개의 공간은 다른 연구소나 연구 시설들이 하나둘 들어올 공간들이다. 이미 기상청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들어와 있고 다른 연구기관의 예약도 줄을 서 있단다. 


실험 구역은,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인 윔프(WIMP)를 찾는 ‘COSINE-200’ 실험실과 이중베타붕괴를 연구해 중성미자의 특성을 밝히는 AMoRE-ll 실험실, 마지막으로 ‘비활성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할 대형검출기 LSC 실험실이 있다.



 


연구팀의 설명이 이어진다.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스위스, 1898-1974)와 베라 루빈(미국, 1928-2016)은 은하단의 중심으로부터 각각 안쪽과 바깥쪽에서 공전하는 은하의 공전 속도에 별 차이가 없다는 희한한 현상을 관측했다. 중력에 의한 공전 운동을 살펴보면, 중심에서 멀수록 중력이 약해 속도가 더 느려야 하는데 말이다. 반대로, 안쪽과 바깥쪽 은하의 속도가 같아지려면 두 은하 사이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무언가’의 질량으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즉, ‘무언가’가 있어 바깥쪽 천체들을 더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무언가’에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여러 과학자가 계산한 결과 이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는 100% 중에 인류가 찾아낸 5%의 물질 이외의 26%의 새로운 물질이어야만 했다. 남은 69%는 암흑에너지이다. 우주의 26%를 이루고 있는 이 암흑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이곳의 관건이다. 


‘암흑물질은 전기적 성질이 없으나 질량은 있어서 주변 물질과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상호작용을 하기때문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직접적인 관측이 매우 어렵지만), 주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는 것 정도로만 가정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걸 이 지하연구소에서 ‘COSINE-200’ 실험실의 검출기 내 결정(아이오딘화나트 륨·Nal)과의 충돌과정에서 미약한 흔적을 찾아내어 그 존재를 밝히려고 한다. 그 충돌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할 때 암흑물질 덩어리를 지나게 될 것이고 아주 드물지만, 암흑물질과 검출기 결정과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 찰나를 기다리고 포착해 내는 것이 ‘COSINE-200’ 실험실의 임무가 된다.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빛 다음으로 많은 기본입자이다. 그 존재가 관측은 되었지만, 전기적인 성질도 없고 질량이 매우 작아서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유령 같은 물질로 남아 있다. AMoRE-ll 실험실은 이 중성미자의 중요한 특성을 찾아내기 위한 곳이다.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인지 아닌지를 실험으로 증명하려고 ‘중성미자 없는 이중 베타 붕괴’ 현상을 찾고 있다. 참고로 마요라나 입자는 아직 관측된 적 없는, 스스로 입자와 반입자를 오가는 상상(이론)의 입자다. 


물질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거나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베타 붕괴라 한다. 중성자가 베타 붕괴하면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반중성미자(반입자 또는 반물질)로 쪼개어진다. 두 개의 중성자가 동시에 베타 붕괴하면 당연히 반중성미자는 2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중성미자가 마요라나 입자라면, 드물지만, 한쪽의 베타 붕괴에서 중성미자가(입자 또는 물질) 나올 수 있어 상대쪽 붕괴의 반중성미자와 입자-반입자 반응을 할 수 있고, 이로써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는 사라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만큼을 빛으로 바꾸어 발산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제, 베타 붕괴를 잘하면서 정제도 잘 되는 가성비 좋 은 물질을 찾아야 한다. AMoRE-II 실험그룹은 몰리브덴(Mo)으로 결정했다. 실험(AMoRE-I)은 이미 양양 실험실에서 시작되었고 예미랩에서는 현재 양양에서 사용하고 있는 6㎏짜리 결정을 200㎏까지 키워 진행할 예정이다. 


차를 타고 굴속으로 더 들어가 보니, 거대한 실험구역이 나왔다. 높이는 28m, 지름은 20m인 액체 섬광 물질이 담긴 대형검출기(LSC)도 구축 예정 중이다. LSC에 구축하는 액체 섬광 물질의 양만 약 2천500t으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입자 물리 실험 중 최대 규모이다. 중성미자 반응 실험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알려진 3종류의 중성미자 외에 ‘비활성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연구가 진행된다. 비활성 중성미자도 암흑물질 후보 가운데 하나다. 


실험실 구경을 다 하고 나와, 차 준비실 겸 대피소로 이동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사고가 났을 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40여 명이 외부 도움 없이도 3일 동안 생활이 가능한 산소와 온도 유지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인원이 적다면 더 많은 날을 버틸 수 있겠다. 투어가 끝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니 상쾌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이 없다. 이 예미랩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결과가 나와주면 우리나라의 잠재력은 빅뱅처럼 터져 나오지 않을까? 과학자들의 작은 확신들이 모여서 큰 결과를 마구 만들어낼 것만 같다. 양양 연구실의 시설들도 어서 이전을 마무리하고 과학자들의 설레는 연구들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이 연구가 실패하더라도 어떠한 가설이 증명되는 것이 될 수 있어서 어떤 실패도 쓸모없는 연구는 없을 것이다. 정선에서도 우주를 꿈꿀 수 있게 되어서 기쁘고 지하의 커다란 우주선이 하루빨리 가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무엇보다 긴 시간 설명해 주신 박 책임기술원의 들뜬 표정이 정말 연구에 성과가 생길 것만 같은 자신감으로 다가와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예미랩은 우주의 95%를 증명해 내기 위해 새로운 시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바로 정선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