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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
133호
Nature & Crafts taste
천연기념물을 품은 삼척 소한계곡
VIEW.628
조은노
사진 조은노, 삼척시청 민물김연구센터, 연합뉴스

천연기념물 제226호를 품은 소한계곡

삼척 초당굴의 하류에서는

민물김이 만들어 진다


   


전국을 할퀴며 상처를 크게 남긴 태풍 힌남노로 아직 계곡의 물살이 거세던 지난 9월 8일, 삼척의 소한계곡으로 향했다. 

여름 끝자락이 아쉬운지 녹음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삼척 근덕 IC를 빠져나오면 자동차로 불과 20여 분. 

들판을 가로질러 보이는 초당저수지는 가을 하늘이 드높을 때 ‘무척 곱겠구나!’ 싶다. 

갑봉산 초입을 거쳐 가는 길, 숲은 습기를 잔뜩 머금었다. 


삼척시 수산자원 센터 민물고기전시관을 지나, 삼척 민물김 연구센터에서 안내를 약속한 팀원들을 만나 소한굴까지 올라보기로 했다. 

물소리는 모처럼 우렁차 제법 걸을 맛이 났다. 

울창한 나무와 수풀 틈 야생화 정원에 들어서니 얽힌 사연도, 이름도 꽤 서글픈 상사화가 만개해 우리를 반긴다. 때아닌 수국은 왜 그리 흐드러지게 피었는지. “직원들이 일일이 심었어요. 상사화도 수국도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여기 야생화 꽃길을 만드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내년이면 더 멋있을 겁니다. 구간은 짧지만, 탐방객들이 아쉽지 않도록 저희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동행한 김영진 주무관은 사진 촬영에 빠져들었다.

그늘에 자리한 나무 벤치에 반딧불이 구간이 있을 정도라니 소한계곡 생태・경관 보전지역을 관리한 세심함이 드러났다.


계곡의 물길은 햇살 지나간 자리에 물안개를 피워 올리고, 어우러져 재잘대는 새소리가 어여쁘다. 으름 터널 아래 넝쿨에는 으름 열매가 주렁주렁. “우리나라 산지에 자생하는 열매인데, 특이하게도 바나나 같은 맛이 납니다. 익으면 그냥 먹어도 되거든요.” 항염 작용이 뛰어난 약재로 알려진 울금 터널은 탐방객들을 위한 공간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이들의 고심이 만들어낸 수작이다. 본격적으로 민물 김이 자생한다는 구간으로 들어선다. 

민물김 관찰 덱에 서보지만 아쉽게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폭우로 물살이 아직 거센데다 유속마저 급격히 빨라 맑아지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단다. 

이제 전망대, 포토 존, 출렁다리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 ‘삼척민물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한 천연기념물 제226호 삼척초당굴의 하류이자 소한천으로 불리는 소한굴로 향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 그대로 생긴, 그냥 그대로의 생태 탐방 길이다. 


지금은 출입 금지된 초당 소한굴과 내부


영지버섯도, 보라금풍뎅이, 사슴벌레도 무리 지어 무심히 지난다. 

경사가 제법 있는 좁은 비탈에 올라선 지 30분 남짓. 

출입을 막은 소한굴 입구에 도착했다. 강폭이 깊고 넓어 멀리서 보일 뿐이지만, 의미는 그대로 새겨진다. 소한굴에서 위로 이어져 있다는 초당굴 입구까지는 40여 분을 더 올라야 한다기에, 일반인 출입도 금지되어 있다고 하니 발길을 돌렸다. 

“소한굴과 초당굴은 수직으로 이어져 있는 같은 굴이에요. 여기가 바로 민물김이 자생하는 발원지였던 거지요” 탐방에 동행한 김동삼 박사(민물 김 연구센터)의 설명이 이어진다. “차갑지요? 여름에도 시원해요. 저기 굴 곁에 수온 측정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여기 계곡수의 연평균 수온이 12℃에서 14℃ 사이로 거의 일정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해야 김이 자랍니다. 생육조건이 무척 까다롭지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몇몇 지역에서 확인되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오늘날엔 소한계곡만이 국내에서 유일한 자생지입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보물 같은 생성물이 발달한 지하 궁전, ‘삼척 초당굴’. 

삼척시 근덕면 금계리 산380번지, 백두대간 자락 갑봉산 줄기를 타고 석회암 다층구조를 이뤄 이곳에 존재하는 천연기념물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지역 주민들도 동굴 인근 하천의 하류에 민물김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만 겨우 알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사례가 드문 수중동굴과 연결된 자연 동굴이지만, 아직은 공개 개방하지 않은 동굴인데다 민물김이라는 국내 유일의 자원을 보유한 계곡으로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한의 청량함은 그렇게 민물에서 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강원도는 지난 2018년 민물 김 연구센터가 설립되기까지 10여 년이 넘도록 소리 소문 없이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70년 천연기념물 제226호 지정을 시작으로 생태계 정밀 조사에도 나서 2010년부터 2년간 1차 실시를 완료하고, 2012년 이곳을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후로도 2014년, 2016년에 민물 김 서식지를 모니터링해 보고서를 지속해서 발간하기도 했다. 그냥 시작되거나 이뤄지는 역사는 없다. 역시. 오래도록, 이 자연을 탐하고 싶다면 귀하게 보듬고, 아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