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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
133호
Nature & Crafts taste
가을의 위용을 드러내는 춘천 용화산
VIEW.566
주민욱_본지 객원작가, 조은노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주민욱

계절이 주는 선물, 가을하늘

매달려 한순간 느끼는 짜릿한 고도감

춘천 용화산 화강암벽을 타자!


   



춘천시에서 북동쪽으로 28km 떨어진 사북면, 그리고 화천군 간동면과 하남면의 경계 지역에 걸쳐있는 용화산. 주봉인 해발 878m의 만장봉을 중심으로 오봉산, 대룡산이 있고,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에도 꼽혀 등산객이 사계절 많이 찾는 곳이다.

용마 굴, 장수 굴, 백운대, 은선암, 현선암, 세남(三男) 바위, 층계 바위, 득남 바위, 촛대 바위의 기암괴석과 작지만, 물줄기가 굵은 폭포도 서넛 있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는 화악산이, 남쪽 삼악산까지 보이고 그 사이로 인근의 파로호,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가 절경을 드러낸다.


산 아래 호수의 풍광을 즐기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의 등산로, 화강암이 오랜 세월 풍화를 겪으며 팽창과 쪼개지는 작용을 거듭해 만들어낸 정상의 석탑과 균열의 매력은 일찍이 암벽 등반가들을 불러들였다. 국가지질공원에도 포함되어 지오트레일 코스(본지 115호 소개)로도 올라와 있다. 

고대국가인 맥국(貊國)의 중심지(삼국사기)였다는 기록과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지명의 유래로 전해진다. 용화산의 안개와 구름은 성불사의 저녁 종소리, 기괴한 돌과 함께 화천 팔경(강원 평화 지역 국가지질공원, https://koreadmz.kr.)이 되었다고 하니 산행의 묘미가 제법일 터이다. 



특히 유명한 이 화강암이 선보이는 특이한 암벽들 가운데 50년 전 개척된 세남 바위는 전국의 암벽 등반가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았는데 몇 년 전, 바로 그 옆으로 굵직하게 수직으로 뻗은 새로운 루트 개척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시작된 등반 계획. 

당시 세남B 루트 왼쪽에 멋지게 휘어진 크랙(암벽 또는 일반 산악 등반에서, 바위에 갈라진 틈새)을 초대 개척한 개척자, 우석주씨(강원대 산악부 OB)의 동의를 얻어 문성욱 강사(코오롱등산학교)와 같은 소속의 배대원씨와 뜻을 모아 탐험에 나섰다. 


루트 명은 사・오・육. 

고정된 앵커(anchor)를 설치하지 않아도 충분히 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균열이 잘 발달해 밑에서부터 앵커를 설치해 가면서 등반하고, 모두 마치고 나면 숲길을 건너서 등산로로 하산할 수 있는 루트였다. 그렇게 완성한 사오육은 약 40m의 루트가 되었다. 



개척자는 등반 당시 장비 캠(cam) 4호, 5호, 6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서 착안해 작명했다. 2019년 시작한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이 계기였다고 한다. 우선 1972년 개척 후 등반이 끊겨 루트를 잃은 세남 B 루트 복원을 위해 찾은 서벽에서 발견한 사오육. 잘생긴 궁형의 갈라짐에 한눈에 사로잡혀 시선을 강탈당했던 차, 세남 B를 보수하는 것보다 훨씬 먼저, 새롭게 발견한 루트를 청소하고 앵커를 설치했다고 한다. 개보수 작업을 핑계로 눈독 들였던 것을 먼저 해치운 것이다. 



그에게 들어 예상은 했었지만 그 보다 훨씬 힘든 고난도 코스였다. 

나중에 촬영 영상 편집을 하면서 살피니, 자주 내쉬는 한숨이 적나라할 정도였다. 몸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좁은 *침니를 발견하고 흥분하기는 마찬가지. 

오전 10시에 시작한 등반이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두어 시간이면 족할 코스인데 촬영이 겹치면 항상 더디다. 하산 후, 생채기투성이인 손을 치료하면서 다들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흡족한 표정으로 내비치는 만족도는 200%. 

한계까지 밀어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차오르는 기쁨이 있기 마련이다. 

극한의 체력 훈련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다들 동의할 터이다. 


다들 평균 4~5번 이상 다녀간 이곳에서 “다시 또 같이!”를 외치며 다음을 기약했다. 



높이 150m, 폭 200m에 달하는 화강암의 세남 바위는 1970년대 초반부터 강원대 산악부가 개척을 시작해 현재 20여개 루트의 크랙과 침니가 개발되어 국내 대표적인 암장으로 손꼽힌다. 클린 등반의 최적지로 매년 언론에 소개되며 유명 등반가라면 한 번 이상은 꼭 탄다는, 암장의 핫 플레이스인 이곳은 19년부터 노후화된 볼트를 교체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필자에게 편집자가 묻는다. 왜 좋은지. 

“당연히 볼트를 박지 않고 등반가가 보유한 장비인 캠을 주로 이용해서 올라야하기 때문”이라고 답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귀한 크랙 등반지여서 전국적으로 유명하죠. 성지로 인식되는 곳이니까 한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달려있는 고도감이 정말 짜릿하거든요. 다양한, 드문 오버행 루트가 존재합니다. 코스들을 계속 개척하는 중입니다.”라고 진심도 강조했다. 

오랫동안 올라야하니 자연에 동화될수록 좋은 스포츠가 아닐까싶다. 


화강암의 암벽이 선사하는 최강의 짜릿함을 보유한 용화산의 매력에 다시 한 번 푹 빠진 날이었다.






● 캠(cam) : 캠이란 장비는 당길수록 바위틈새에서 캠이 양방향으로 벌어지는 기능을 가졌다. 크랙이 잘 발달된 곳에서는 최적의 장비이다.

● 침니(chimney) : 등산 용어로서, 암벽에 난 굴뚝 모양의 세로로 갈라진 큰 균열로, 사람의 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