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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
136호
Nature & Travel
대를 잇는 다식과 약과, K-디저트가 되다!
VIEW.389
전영민
사진 박상운




바야흐로 각종 콘텐츠에 K, Korea가 붙는 시대다. 

K-컬처, K-팝, K-뷰티, K-푸드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함 없지만 이제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듯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문화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원에서 시작한 K-디저트가 MZ 세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맛보아라. 강원을 추억할 테니. 자 이제 무한 매력 강원 디저트를 경험할 시간이다. 




# 약과를 먹는 갖가지 즐거움,  ‘춘천 버들골 수제 약과’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푸른 버드나무와 꽃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조선시대 문인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 ‘버들골’. 계절의 변화를 온 감각으로 맞이해야 할 것 같은 이곳엔 3대를 이은 수제 약과가 있다.


“할머니께서 약사동 풍물장터에서 파시던 약과가 어머니께 전해지면서 맛의 균형이 확실히 잡혔어요. 누구보다 어머니 공이 커, 어머니 고향인 화천군 계성리 버드나무골에서 약과 이름을 따왔어요.” 7년 전 집에서 흔히 먹던 약과가 그날만큼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느껴졌다는 이용국 대표. 확신에 찬 그는 두말없이 약과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라마다 대표하는 과자가 있잖아요. 일본에는 센베이, 프랑스는 마카롱. 저 외국 과자 처럼 ‘우리 집안 약과로는 뭘 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저희도 놀라워요. 약과가 이렇게 빨리 인기를 끌 줄 예상 못했어요.” 


따스한 조명과 고소한 약과 냄새가 가득한 가게, 그 발원지인 뒤편 주방에선 오손도손 15명의 직원이 정성껏 약과를 만들고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게 얇고 작은 크기로 층층이 결을 만들어 반죽한 버들골 약과는 마치 페이스트리(Pastry) 같아 씹을수록 바삭바삭 식감이 살아난다. 설탕을 줄이고 2대째 내려온 대관령 조청을 듬뿍 넣어 비법을 완성한다. 


 

일명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젊은 세대에 스며든 어르신 감성), ‘약케팅’(약과 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MZ 세대를 사로잡은 대란템(구하기 힘든 상품)으로, SNS에서 아이스크림, 빵, 떡, 각종 과일에 곁들인 이곳 약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 평균 작은 팩으로 천 팩 정도 만들어요. 명절 성수기엔 4~5배 더하고요. 사실 인력이나 규모에 비해 많이 만드는 편은 아니에요. 모든 공정을 손으로 만드니까요. 사람의 힘과 정성이 많이 가미된 제품입니다.” 판매량을 늘리고 싶어도 맛의 차이 때문에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는 이 대표의 자부심이 진하게 다가온다. 


“약과의 대중화는 어느 정도 흘러갔다고 생각해요. 이젠 외국인들이 와서, 혹은 수출해서 우리 약과를 세계에 알리는 게 최종 목표예요. 그러다 보면 2200년에도 제 손자가, 그의 딸이 여전히 이 약과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요.” 앞날 창창 무성히 푸르러질 버들골의 미래가 자꾸만 기대되는 이유다. 


 



● 문의 : 버들골. 춘천시 서부대성로 12, 상가 1층 44호. 010-4849-1805. https://bdg1.modoo.at 









# 옛 방식 그대로 건강한 먹거리, ‘강릉 리몽 선교장 오색 다식’ 


 


일찍이 강릉이 그러했다. 오죽의 신비, 자연을 벗 삼은 한옥, 구수한 토속 음식까지 순량하고 별난 것 없어 되레 특별함이 넘친다. 선교장(船橋莊)은 더 그러하다. 120칸 저택, 300년 넘은 사대부가 전통 한옥은 민가 최초로 얻은 ‘국가민속문화재 제5호’ 명성답게 질박한 고풍이 곳곳에 흐른다. 사랑채 열화당에서 배고픈 문인들이 맛본 양반가 음식과 다채로운 다과도 대를 이어 내려온 특별함이다.


“관동팔경을 유람하던 시인 묵객들이 많이들 거쳐 가셔서, 대대로 손님 치르기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그렇게 사대부 음식을 제공하고 다과를 개발했죠. 그중 선교장 대표 다과가 바로 오색 다식(茶食)입니다.” 리몽(李夢) 이원석 대표가 설명한 다식의 시작이었다.


40여 분 참여한 다식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콩, 녹두, 율무, 검은깨, 송화 등 제철 식자재를 볶아 만든 가루에 천연 꿀을 넣어 반죽해 각종 문양이 새겨진 다식판에 찍어낸다. 이 과정에서 반죽은 손의 열기로 약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친다. 별도의 기구나 불을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요리 체험으로 전국에 입소문 나며 강릉을 찾은 가족, 외국인에게 당연히 인기가 높다.  





“코로나19 범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학교, 반 단체로 많이들 오셨어요. 지금은 8명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고요. 다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입니다. 잔치나 행사 대량 주문도 모두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요. 지역별로 시대별로 모양과 크기가 다른데, 선교장 오색 다식은 조선 후기 방식과 도구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오방색에 기초한 우리나라 전통을 여전히 고집하는 이 대표. 

오랜 세월 계승해온 사대부가의 역사와 꿈이, 이 자그마한 먹거리에 담겨있다. 

그 지고지순한 고집이 또 다른 300년을 이어갈 힘이 아닐지.






   

리몽 강릉선교장 오색다식. 강릉시 운정길 63. https://leemong.kr 

●  카페 리몽 : 033-648-5305(내선 2번). 9:30~17:30(동계 17:00) 

●  오색다식 예약 문의 : 033-648-5305(내선 3번) 

●  체험비 : 1인 20,000원(2인 이상부터 진행, 다식 10개 분량 재료 및 포장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