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 탄炭이라 쓰고
雲운 灘탄이라 읽다
운탄고도1330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
UNTAN 1330 Natural High Mountain Trail
석탄은 철길을 따라 역사를 나르고
간이역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태백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7번길, 그리고 8번째 길까지
깊은 산 탄광에서 캐낸 석탄을 트럭에 실어 날랐던 운탄고도. 해발 1,000m 능선의 산속에 낸 비포장 산길이지만, 대형트럭이 달렸던 길이 지금까지도 넓고 평탄하다. 석탄 산업의 몰락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졌던 이 길에 요즘 찾아와 걷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영월에서 출발할 때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보슬보슬 떨어지기 시작하여 우의를 꺼내어 입고서 7번째 길인 태백의 여정을 시작했다.
시작점은 순직 산업 전사 위령탑. 순직한 광부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탑으로, 오른쪽 힐링 아트 숲길로 진입하여 대조봉 전망대로 향했다.
하늘까지 길게 쭉 뻗은 낙엽송과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지그재그로 오름길이지만 너무 상쾌하고 좋다. 운탄고도에서는 유독 자작나무숲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탄광 개발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자작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조봉 전망대에서 구름이 머무는 운탄고도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이랄까, 텐트만 있었더라면 이곳에서 비박을 하고 싶다는 일탈이 생길 정도로 전망이 너무 좋다. 발길을 돌려 다시 걷자 숲길이 끝나는 곳에 정자가 있고 바로 임도가 시작한다. 우측 내리막길로 화약골 갈림길과 송이재를 거쳐 용정마을로 향한다. 아직 임도 확장을 위한 공사가 진행인 구간이 꽤 있다. 오는 12월 15일쯤이면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단풍과 낙엽이 소복한 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공사만 끝나면 참 걷기 좋겠구나!’.
중간 목적지인 낙동정맥 등산로 느티고개는 유령산과 우보산 사이에 있는데 가장 힘든 코스로 꼽히는 우보산 방향의 오름길로 들어섰다. 돌탑도, 조금 특이한 기암들을 지나면 나무계단으로 조성한 마지막 오름길. 가팔라서 중간마다 쉬면서 900 능선의 전망대에 이른다.
늦가을로 한껏 물들어 운치가 그만이다.
짧은 조망을 마치고 느릅령을 지나, 통리5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와서 통리 기차마을로 향했다. 태백시와 삼척시의 경계를 지나는 이 코스에는 미인폭포부터 하이원 추추파크까지는 길이 없다. 드론을 올려보니 미인폭포와 어우러진 산세의 풍광이 유명세를 탈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의재가 아닌 강원 남부로 쪽으로 내려가다가 우회 길로 진입하여 가야 한다. 아직 방향 이정표도, 리본도 없다. 이른 시일 안에 리본을 부착하여 길 안내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삼척 도계에 자리잡은 하이원 추추파크부터 심포리역(폐역)~나한정역(폐역), 그리고 7번째 운탄고도의 마지막 구간인 도계역까지는 기차 선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흥전 삭도마을을 지나 도계역까지 이어져 있다.
통리역, 심포리역, 나한정역, 흥전역으로 이어지는 스위치백 철길을 볼 수 있다. 이 철길이 생기기 전 통리역~심포리역을 잇는 인클라인 철도가 있었다. 지금은 철로를 복원해 놨다.
과거의 길을 경험해 보고 싶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스위치 백 열차를 타고 흥전 삭도마을에 도착해서 역사 주변 옛 마을 풍경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8길은 도계역에서 시작해 신기역까지 철길을 따라 지금은 폐쇄된 간이역인 고사리역, 하고사리역, 마치리 역을 지나간다. 8길은 거의 사실상 강원 남부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인도가 제대로 갖춰진 길이 아니라, 차도에서도 차도 바깥쪽을 따라 그어진 흰 선과 가드레일 사이 좁은 공간을 따라 걸어야 하는 구간도 꽤 있다. 차가 달리는 도로이기 때문에 특히 안전에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 7길 시작점 : 순직산업전사위령탑. 태백시 강원남부로 13. 총 길이 18.07km.
● 8길 시작점 : 도계역. 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222. 총 길이 17.73km.
● 문의 : 운탄고도 홈페이지(https://untan1330.com) ☎ 033-37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