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바다 소양호
동양 최대 규모 담수호
그물을 걷고 치는, 유일한 양구 진목의 어촌 체험
소양호에서 어촌 체험한다고?
물고기를 잡아서 생활하는 이들이 바닷가 사람들이 아니라 내륙에도 있다니…
내수면(모든 수면 중 바다를 제외한 수면)에서도 어촌 체험이 가능하다니.
너무 궁금했다. 강원도 내수면에서 유일한 어촌 체험이 어떤지.
지난 10월 15일, 양구 진목 어촌 체험 휴양마을에서 열린 1박 2일의 ‘플로깅 in 어촌’행사에 동참했다. 가을답게 하늘은 청명했고 날도 좋았다. 집결지인 양구군 양구읍 소양호로 뱃길 나루터에 도착하니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 소양호를 품은 봉화산(875m)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소양호와 맞닿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체험 신청자들이 이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담수호지만 마치 강처럼 소양호의 깊숙한 매력이 코로, 눈으로 들어온다.
시작이 참 좋았다.
주차장(구 석현리)에서 시작해 소양호 수변을 따라 2.2km가 이어지는 이 무장애 산책로는 중간 전망대에서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마주하는 놀람을 선물한다. 짧은 횡성 호수 길의 느낌이지만 오히려 더 넓고 깊다.
왜냐하면 마치 바다처럼 호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몰도 멋지겠구나!’싶은 순간 ‘하긴 예전에는 소양호 뱃길로 불리며 양구와 춘천으로 오가는 교통로 역할을 했었지’라는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사실 소양호는 춘천시와 양구군, 인제군에 걸쳐 있는 한국 최대의 인공호수다.
면적 1,608ha, 저수량 29억t, 수면 직선거리 60km, 굴곡 수면 거리 120km.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1973년에 동양 최대의 사력댐인 소양강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호수잖아요. 면적과 저수량에서 한국 최대 크기예요. 괜히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게 아니에요. 예전에는 유일한 수상 교통으로 역할도 톡톡히 했죠. 소양강댐에서 여기 선착장까지 27km, 인제군 부평 선착장까지 64㎞ 정도 됩니다. 관광쾌속선으로도 30분이 넘게 걸리니까 정말 큰 호수죠. 아시아 최대 규모예요.”
산책을 마치고 호수 주변을 따라서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을 줍고 체험단과 그물을 치기 위해 그들을 배에 태우고 소양호로 깊숙하게 들어간 정재관 어부는 소양호에서 물고기를 낚고 사는 어부들의 애환을 전달한다.
곧 일몰 시각이 닥칠 것 같은 물 위로 배의 모터 소리를 뚫고 육성이 날아든다. “드문드문 떠 있는 섬 사이로 가두리 양식장이 있어요. 향어, 송어, 잉어, 뱀장어, 빙어 같은 고기가 나오죠. 쏘가리, 메기도 있으니까 한 50여 종은 될걸요? 소양호를 끼고 사는 어부들만 해도 엄청 많아요.”
그렇다. 양구 진목 어업계는 21명, 인제 소양호 어업계는 35명, 인제 남면 어업계 14명, 춘천 소양 어업계 소속 어부는 23명으로 총 93명의 어부들이 소양호로 생업을 한다.
이날 직접 그물을 내리는 방법을 선보인 선장, 이 광배 어촌계장은 3년 전부터 이 나루터에서 어부 체험을 운영해왔다.
또 다른 배를 몰아 취재진을 태우고 안내했던 이 숙진 아침 호 선장은
“이 체험 행사를 운영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내수면 어업시장이 점점 좁아지니까 관광과 접목하는 게 최선인데 참 쉽지 않았어요. 여기 둘레 길도 조성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좋지 않아요? 일단 한번 다녀간 분들이 다시 연락을 하니까요. 이 분들이 또 손님을 모시고 오곤 해서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시작은 3년 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진행했던 어부 체험 제안.
이 선장은 “당시에 반응과 결과가 너무 좋아서 계속하게 됐어요. 매년 4월에 시작해서 추워지기 전 10월까지 운영해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겁니다.” 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9시.
모두 그물을 걷으러 나섰다.
조용한 아침 호수. 드리운 안개가 주는 차가운 기운에도 웃음 한가득하다.
지난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 농산 어촌네트워크에서 마련한 ‘불 멍’ 시간을 함께하며 친해진 참가자들이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배가 달리기 시작했다.
“와, 너무 예쁘다. 호수 맞아요? 바다 같아요.”
3대가 함께 참여한 가족, 친구끼리, 자녀와 전국으로 체험 투어를 다닌다는 인플루언서 가족까지. 어린이들은 미래의 어부 인재라는 부추김에 걷어 올리는 그물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려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채로 손을 내뻗는다.
들어 올린 그물망에 걸린 물고기에 환호하는 함성이 건너편 촬영 팀의 배까지도 잘 들려온다. 그네들의 회귀는 마치 아침거리를 수확하고 돌아오는 어부의 귀환처럼 즐겁다.
이날따라 잡힌 고기는 적었지만, 어촌계에서는 냉동실에 얼려둔 빙어를 꺼냈다. 가족들이 함께 튀김 옷을 입히고 생전 처음 맛본 빙어를 만끽하고 귀경길에 올랐다.
“양구 하면 산악 지형으로만 생각했는데 내수면 어촌 체험을 하는 게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니 기쁩니다!" "양구에 어촌마을이라니~ 정말 참신한 체험이에요.”
“배 타고 그물을 치는 체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수기에 적혀진 소감은 내륙에서 가진 첫 어촌 체험이 주는 이색적인 경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관광공사가 농어촌 상생 기금을 활용한 이 체험 여행을 기획한 김소민 이사는
“반응이 참 좋습니다. 소양호 어촌 체험은 사실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요. 이번을 기회로 조금 더 활성화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내봅니다. 우리는 또 지역과 상생을 주제로 2차는 양양 수산항에서 진행해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인데 해변 정화 활동의 하나로 비치 코밍(beachcombing)과 플로깅(plogging), 마지막으로 3차는 속초 장사항에서 어촌 여행합니다. 포구 마을에서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강원도는 산도 많지만, 물도, 강도 많고, 바다도 있다.
부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짧은 어촌 여행에 많은 사람이 다녀갔으면 싶다.
● 소양호 유일의 양구 진목어촌체험은 지난 10월말로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겨울에는 진행하지 않고, 내년 4월부터 다시 열린다.
문의 : 양구 진목 어촌계. 010-3924-6903, 010-2689-3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