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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
133호
Travel
사립식물원 1호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
VIEW.392
전영민
사진 박상운
자료제공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국내 최대 자생식물 보존소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사립 1호에서 국립식물원이 되기까지


   



태풍이 지나간 9월 초, 평창군 대관령면 오대산 자락. 해발 700m 산기슭에 자리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찾았다. 계절 따라 각양각색 우리 토종 꽃들이 피고 지는, 수수한 향연이 펼쳐지는 곳. 눅눅해진 마음을 환기하기 딱이다. 자, 이제 힐링 시작이다!


# 22+1년 된 식물원이 지켜야 할 100년의 약속 

산림청에 등록된 국내 수목원은 총 70개소. (2022.3.23. 기준) 그중 한국자생식물원의 존재는 과히 독보적이다. 1999년 김창열(74) 초대 원장이 오직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재래 식물들로만 조성한 국내 유일무이 자생식물원이다. 2002년 산림청이 ‘국내 1호 사립식물원’으로 지정했다가 지난해 7월7일 국립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변곡점의 시작은 김 원장의 기부였다. ‘모든 사람이 자연과 친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흔쾌히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22년간 소중히 가꿔온 식물원 전부를 정부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자생식물들이 더 큰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당시 기부 총액은 202억여 원, 김 원장이 내건 기증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조건 하나. 최소 100년간 이곳을 식물원으로 운영할 것 

조건 둘. 식물원 안에는 외래종이 아닌 오직 우리나라 자생식물만을 심을 것 


이 당부를 산림청 산하기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류광수)이 받아 1년간 정비를 마치고,지난 7월4일 국립식물원으로 정식 전환 개원하며 100년의 약속을 위한 첫발을 뗐다. 



# 자생식물 복원의 산실 

축구장 14개 면적, 10ha 규모의 식물원은 주제정원지구, 산림보전 및 복구지구, 커뮤니티지구 등 3개 지구에, 멸종위기ㆍ희귀ㆍ특산ㆍ생태 식물원, 동물명칭ㆍ사람명칭 식물원, 독미나리보전원, 솔바람 갤러리, 금강솔 쉼터, 어린이책 예술 센터 등 13개 전시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한반도에서만 사는 특산식물, 개체수가 많지 않은 희귀식물,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멸종위기식물 등 국내 자생식물 1,432종 209만 본을 보유해 증식, 보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  

“초대 원장님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특이 식물들을 많이 수집하셨습니다. 아직 학회에 알려지지 않은 미기록종이나 신종 식물들이 상당합니다.” 현 신창호 원장의 첨언은 2004년 환경부가 일찍이 이곳을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한 이유였다.


한국자생식물원의 노력으로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식물들도 꽤 있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희귀식물 섬개야광나무, 북한에서 온 멸종위기 식물 산북꽃은 국내에서 평창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이 식물들이 사라지지 않게 씨앗을 따와 증식하는 일을 해왔어요. 저기 깽깽이풀 같은 경우 1990년대만 해도 멸종위기 식물이었는데 많이 증식되어 2012년 해제됐어요. 개느삼도 같은 해 해제됐고요.” 길을 함께 나선 김민하 주임(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말에 진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관람은 매표소가 있는 멸종위기식물보전센터에서 시작한다. 입장과 동시에 1만2천여 도서들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건너편 잔디광장에서 불어오는 풀 내음으로 가득 찬 북카페는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자연을 마주하기 위한 게이트 통로같이 느껴진다.  



잘 다듬어진 관람로 양옆으로 빼곡히 심어진 자생식물들, 수수한 들풀 여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최대한 자연에 가깝도록 꾸민 탓에 ‘왜 관리를 안 하냐?’는 볼멘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표찰을 따라 식물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좁은잎해란초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데 예쁜 난초꽃 같다고 하여 그리 지어졌습니다. 지금 피어있는 참나물, 참나리 등 ‘참’ 자가 붙은 식물들은 ‘진짜’ ‘정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식물 이름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습니다.” 신 원장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 유명해지면 사라지는 나무들 

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사람들의 무자비한 절화와 자생지 파괴 때문이다. 예전에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개불알꽃(복주머니난)은 특이하게 생긴 이유로 무차별하게 꺾여 지금은 산삼보다 보기 어려워졌고, 무분별한 습지 개간은 습지식물들의 모습 또한 감추게 했다.  자생식물원도 매년 여름 진분홍 꽃물결 장관을 이룬 분홍바늘꽃 군락지가 재작년 큰 산불로 사라져 아쉬움을 샀다.  


앞으로 한국자생식물원은 2027년까지 전시원 확장과 편의시설 개선에 나선다. 현재 설계를 완료한 연구동과 겨울철 전시 관람이 가능한 온실을 신축하고, 산불로 유실한 야생화군락지 복원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세월을 입을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는 식물원, 100년 후에도 우리 자생식물들이 지금처럼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길!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국립한국자생식물원. 대관령면 병내리 403. www.koagi.or.kr/NBGK/. 033-332-7069. 

    운영시간 : 9:00 ~ 17:00(동절기 12월~2월 16시까지 단축 운영), 휴관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이용요금 :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교육ㆍ체험 안내 : 033-339-9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