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 탄炭이라 쓰고 雲운 灘탄이라 읽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
UNTAN 1330 Natural High Mountain Trail
오는 9월 전 구간 정식 개통
장쾌한 풍경과 소박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6길
함백산 소공원에서 순직산업전사위령탑까지
함백산의 사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길. 시원한 한여름, 산 사이에 걸친 운해, 소박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길이다. 지지리 골 자작나무숲을 지나 산에서 내려가면 한때 번성했던 옛 탄광촌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는 길이다.
이번에는 함백산 기원 단까지 걷기로 했다.
오전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비가 한창 쏟아졌다. 시작점인 함백산소공원에 도착하고 보니 안개마저 자욱했다. ‘가도 되려나….’ 한 치 앞이 겨우 보이는 길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성이다 근처에 계시던 숲 해설가분의 조언을 지표 삼아 발길을 되돌렸다.
원고를 약속했으니 다음 날 아침, 일기예보는 ‘흐림’을 표시했지만 일단 비가 멈추었으니 서둘러 카메라를 챙겼다.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는 7월이니 지체하지 않고 입구에 섰다.
고도가 꽤 있는 곳인데도 햇볕이 쨍쨍했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평탄한 초입을 들어서니 땀이 식을 정도로 순식간에 시원해진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며, 들려오는 새소리가 발걸음을 신나게 했다. 전에 걸었던 운탄고도 4~5코스의 평탄함을 연상하며 비슷해서 수월할 거로 생각했는데, 초입을 지나자마자, 갑자기 돌들이 난무하는 오르막이 나타났다.
주변의 돌로 만든 촘촘한 계단이 제법 운치가 있었지만, 계단이 끝나는 곳에는 경사에 자잘한 돌들과 흙이 섞여 미끄러웠다. 내리막에서는 옆으로 스케이팅 타듯이 내려왔다. ‘장마철엔 등산 스틱이 꼭 있어야겠다. 좀 위험한데…. 어제 숲 해설가 아저씨가 비 온 뒤엔 위험할 거란 말이 정말이구나!’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가파른 경사가 끝나고 숨을 어느 정도 고른 뒤에야 눈에 들어오는 숲.
예쁜 야생화 속 꿀을 바쁘게 먹고 있는 벌과 나비, 높은 나무들을 뚫고 들어온 햇살 한 줌, 멧돼지가 폭식하고 간 흔적. 자연의 모습들을 즐기며 걸었다.
급하게 오느라 동행 없이 혼자 나선 길이 아쉬웠다. 지나쳐가는 자연들을 다 모른 채 지나가서.
숲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하면 꽃과 풀의 이름과 나무의 이름과 역할을 들으면서 다닐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또 모르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다. 스마트 폰의 꽃 검색을 찾아보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으니.
함백산 꼭대기가 보일 때쯤이면 기원 단에 닿는다. 대략 4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바로 코앞으로 찻길과 함께 함백산 올라가는 입구가 보인다. 열심히 땀 흘리며 걸어와서 마주하는 찻길은 조금 힘 빠지긴 하지만 온전한 숲길이 주었던 위안에 만족할 따름이다.
마주 오는 사람과 양보하며 걸어야 하는 좁은 숲속 길이지만 해를 많이 가려줄 정도로 숲이 울창해서 막상 걷다가 비를 만나도 홀딱 젖진 않을 것 같다. 해발이 높아, 안개나 구름이 자욱한 풍광은 운치가 그만이지만 길을 잃진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멧돼지 기피제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보니 자주 출몰하는 것 같았고, 설치가 안 되어 있는 곳엔 멧돼지가 파놓은 땅을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숲 해설가와 동반하기를 추천한다.
6길 가볼만 한 곳
한국전쟁 중에도 탄을 캐어야만 했던 2,900명의 순직 광부 위패가 모셔진 위패안치소가 있는 순직산업전사위령탑, 해발 1,573m인 함백산, 산속에 명당이라는 연당지가 있는 연화산, 탄광 이야기가 담긴 총 4개의 길로 구성된 상장동 벽화마을,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폐탄광 산림 훼손 지역 복구사업을 통해 조성된 20만㎡ 규모의 태백시 황지동의 ‘지지리 골 자작나무 숲’이 있다.
● 시작점 : 함백산소공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214-25 만항정류장에서 함백산소공원까지 1.2km 도보(약 25분)
● 종점 : 순직산업전사위령탑, 태백시 황지동 23-12.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서 태백역까지 1.5km 도보(약 24분) 소요
● 문의 : 운탄고도 홈페이지(https://untan1330.com), 033-37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