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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
132호
Nature & Crafts taste
삼척 심포 협곡을 가다.
VIEW.79
권병성_삼척 도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
윤문 조은노_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주민욱_본지 객원 작가

수천 년 퇴적암이 품은 심포 협곡 

삼척 미인폭포를 만나다.


   


광부들이 삼겹살로 석탄 가루를 씻어내던 ‘돌 구이’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 출퇴근을 위해 아버지가 장만했던 125cc 오토바이에 가족을 태우고, 가마솥을 싣고 내달리던 비포장 길. 광산촌 구동 사택에 살았으니 아직도 마음 한쪽에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하게라도 남아있는 기억의 한 조각이다. 


원고 청탁을 받고, 정말 오랜만에 이 길을 찾아 나섰다. 이 지역 일을 해온 지도 꽤 오래인데 한번 와볼 마음을 먹지 못했다. 그런데 또 막상 일로 가야 한다 싶으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서둘렀다. 십수 년 만에.

 

30분 가까이 달려 잠시 태백의 통리를 지나 다시 도계 땅 신리재 중간쯤에 멈추면, 이제는 열 가구 남짓한 가구에 모인 어른이 스물에 이르고, 아이들은 서른을 헤아릴 뿐인 마을에 닿는다. 


생각은 시나브로 흐른다, 과거로. 

열 살 아이의 잰걸음으로 십 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 미인폭포에서 어른들은 터를 잡아, 가마솥에 닭을 삶고, 너른 돌 판을 구해 삼겹살을 구웠다. 아이들은 협곡 맑은 계곡물에서 온종일 나올 줄 몰랐었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밀키스 폭포라 불린다던가. 

눈에는 옥빛으로 보이는데… 요즘 세대는 음료를 먼저 연상하는지, ‘온라인에서 회자하는 이유구나!’ 싶다. 덕분에 에메랄드 폭포로 불리며 알려지자 삼척시에서는 오가기 쉽게 덱을 설치했다. 최고의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찾아와 폭포를 마주 보고 서서 시선을 한껏 위로 들어 올리면 뜻밖의 거대한 지층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 위엄을 보인다. 도로에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아 알 수도 없고, 짧지만 꼭 걸어들어와 봐야 느낄 수 있다. 사실 심포 협곡은 붉게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지층이 만들어진 퇴적암층이라 아마도 덜 알려진 곳이라 더 새롭고 신비하다. 생성 과정과 지질학적 특성이 미국 그랜드 캐니언과 유사하다고들 한다. 

 


삼척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미인폭포(美人瀑布)의 위치는 도계읍 심포리. 삼척 오십천의 최상류로 수원은 구사리에서 심포리로 흘러내려 높이 15m, 면적 165㎡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일몰 전과 일출 전에 따스한 바람이 불면 풍년이요, 찬 바람이 불면 흉작을 예측했다고 한다. 유래로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이곳에서 1백 년을 주기로 미인이 출생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연대를 알 수 없는 옛적에 폭포 옆 높은 터에 사는 한 미녀가 남편을 사별한 후 못내 그리워하다가 투신자살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사연 참 기구하다. 요즘 시각에서 보자면 억년의 퇴적물이 쌓여 빚어낸 과학의 산물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이 품은 사연에는 우리네 인생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한때 산업 발전의 견인차이자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지난 삶이 녹아들었다. 


통리협곡으로 알려진 이곳이 ‘깊은 개’ 마을의 심포 협곡이라는 더 어울리는 이름으로 회자하기 시작한 것은 옥색 물줄기가 관심을 끌면서부터인 거 같다.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던 깊은 계곡, 주민들이 일컫는 ‘깊은 개’ 마을 심포리는, 태백시로 넘어가는 통리재 아래에 있다.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져 사람의 접근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던 곳에 사람이 모여들었던 이유는 일제의 자원 수탈로 시작된 광산 개발이었다. 장성과 도계에서 석탄이 쏟아져 나오면서 석탄을 수탈하기 위해 통리와 도계 사이의 산악지형을 뚫고 권양기로 석탄을 끌어 올리는 ‘인클라인’이라는 철도와 갈지자로 산악지형을 오르는 스위치백이 설치되었고, 통리재 아래의 소규모 광산과 ‘덕대’가 운영하던 사갱들이 개발되면서 마을이 들어섰다. 심포리 일대는 ‘쫄닥 구댕이’라고 부르던 소규모 갱구가 많았고, 광업권 없이 석탄을 캐는 ‘도광(盜鑛)’도 성행했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하던 광부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



시간이 흘러 광업소가 문을 닫고, 수천을 헤아리는 광부 가족이 살던 사택과 학교가 사라진 심포리에 다시 미인폭포가 주목받고 있다. 하늘색 물빛이 빚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 수억 년 비바람을 이겨낸 단층의 웅장함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인폭포를 오르내리는 30여 분의 가벼운 산행 중에 녹음 너머로 만나게 되는 추추파크가 있다. 인클라인 철도와 스위치백은 앞으로 꼭 유네스코 산업 유산으로 등재해야 할, 철도 산업의 세계적 유산의 하나이다. 우연이라도 이곳을 지나치게 된다면, 기차로 동해안을 찾았던 모든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 볼 기회를 잡기를 추천한다. 도계읍의 아홉 개 역 중에서 세 개를 만날 수 있고,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삭도 마을과 우리 마을이 있다. 


30년 전처럼 천렵을 떠나지 못해도 좋다. 많은 사람에게 에메랄드 물빛으로 기억될 만큼만이라도 미인폭포에 다시 맑은 물이 흘렀으면 좋겠다. 수억 년 전 퇴적물이 쌓이던 호수가 산 위로 올라왔고, 수천 년의 풍화를 맞서며 만들어진 협곡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삼척탄전에서 일제가 자행한 끔찍한 자원 수탈의 역사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쫄딱 구댕이에서 가족 안녕과 대한민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광부들의 이야기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협곡의 이름이 ‘깊은 개, 심포’로 불렸으면 하는 이유이다.



● 가는 길 : 삼척시 도계읍 문의재로 77-162

● 문의 : 삼척시청 자원개발과 033-570-4062, 도계읍 033-570-4704 


미인폭포는 30m의 폭포로 석회질 성분으로 인해 신비로운 비취색의 물빛이 특징이며 특히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는 장대한 물기둥과 물안개도 관찰된다. 여래사 주차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어 도보로 15

분 정도면 접근할 수 있다. 삼척 도계를 지나는 38국도 따라 들어오면 태백 통리 삼거리를 지나 427번 국

도로 빠지는 도로에 이정표가 있다. 자동차 주행은 여래사 주차장으로 검색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