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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
131호
Travel
운탄고도 2길을 가다, 영월 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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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_아시아경제 여행전문 기자

운運

탄炭이라 쓰고 雲운

灘탄이라 읽다


   


구름이 모이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영월 모운동 마을, 산꼬라데이 길

광부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걷는 운탄고도 2길


탄광 산업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산골마을이 있었습니다. 구름이 모이는 곳이라고도 했습니다.  

망경대산(1087.9m)의 8부 능선쯤에 들어선 작은 마을, 영월군 하동읍 주산리의 모운동(募雲洞). 비가 오고 난 뒤면 마을이 늘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탄광이 폐광되고 잊힌 마을이 10여 년 전부터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낡은 탄광촌 담벼락은 투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알록달록 동화의 나라를 그리고 있습니다. 옛 탄광선로가 깔린 운탄고도는 탄광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걷는 광부의 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길은 강원도 사투리인 산꼬라데이(산꼭대기)길과 이어져 도보 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습니다. 길섶으로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여행객과 동행합니다. 


그뿐인가요. 첩첩산중 마을이라 어둠은 빨리 찾아오지만 쏟아질 듯 펼쳐진 수많은 별들이 마을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마치 은하수라도 만난다면 오지마을을 찾은 기분이 더하겠지요. 



모운동 마을 가는 길은 힘겹다. 

10여 년 전 처음 마을을 찾을 때도 그랬다. 굽이굽이 산길을 4km 정도 올라야 한다. 영월에서 상동 쪽으로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로는 줄곧 옥동천을 끼고 달린다.  김삿갓 계곡 못미처 주문교 앞 모운동 표지석을 보자 가슴이 쿵쾅 뛰기 시작했다.  


길은 단숨에 갈 지(之)자의 가파른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도무지 그 끝에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길을 따라 힘겹게 닿는 곳이 해발 650m에 숨어있다. 마을에 올라서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첩첩산중. 변한 게 없다.  겹겹이 이어지는 산 능선도, 마을을 빙 둘러싼 산자락의 주름진 골짜기도, 그 아래로 옹기종기 폭 파묻혀 있는 마을의 모습까지도. 그래서 더 반갑다. 봄빛 특유의 선명한 초록을 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산골마을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다.


마을광장으로 드는 길, 정자를 만났다. ‘저희 동네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따스한 차드시고 행복한 시간되세요!’ 란 손 글씨가 적혀있다. 흔한 믹스커피 한 잔일지라도 외지인들에게 전하는 마을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그만 코끝이 찡해진다. 광장에서 한 어르신이 볼 것도 없는 작은 동네를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깊은 산중에 마을이 생긴 까닭이 궁금해 이야기를 청했다.


현재 30가구에 불과하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무려 1만 명이 넘게 살았단다. 마을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것은 탄광이었다. 1954년 채굴을 시작한 옥동광업소에 탄부들이 모여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로 북적북적했다. 산골 비탈진 사면에는 촘촘히 집들이 들어섰다. 큰 시장에 양복점, 요릿집 등 없는 게 없었다. 심지어 마을 한쪽에는 번듯한 극장까지 있었다. 당시 영월읍내에도 변변한 극장이 없던 터라 영화를 보러 이 산골마을까지 올라왔단다. 호경기를 누리던 시절 개들도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단 말은 매번 회자되는 얘기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89년 탄광이 문을 닫은 뒤 하나 둘 떠나면서 썰렁한 빈터로 남고 말았다. 

빈집들은 무너지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낡은 탄광촌마을 담벼락마다 알록달록 벽화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졌던 탄광촌 마을에 다시 외지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낡은 탄광촌 담벼락마다 서툰 솜씨로 벽화를 그렸다. 초라한 폐광마을을 가리기 위해 그려놓은 그 벽화가 알록달록 동화마을로 소문이 났다. 투박한 솜씨로 그려진 벽화는 산골마을의 정취와 참 잘 어울린다. 어르신은 벽화의 색이 바래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내일처럼 다시 붓을 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마을 꾸미기에 나섰다. 문패, 표지판 등 마을 구석구석이 바뀌었다. 한때 학생수가 1000명이 넘었다는 폐교는 펜션으로 변했다. 폐광수를 이용해 폭포도 만들고 언덕 위에는 마을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했다. 봄, 여름이면 울긋불긋 피는 복숭아, 진달래, 철쭉으로 ‘꽃마을’이 되었다. 이제 마을에서 ‘잿빛 탄광촌’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꽃길을 따라 벽화를 감상하거나 판화미술관에 들러도 좋고, 오래 전에 시계가 멈춘 듯 낡은 집들을 돌아봐도 좋다. 마을공연장 한편에 오래된 휴대폰을 진열해둔 장식장이 있다. 이곳의 세월을 대변하는 듯 묘하게 겹쳐 가슴이 아려온다. 


마을 구경이 끝나면 석탄을 운반하던 운탄도로를 걸어봐야 한다. 영월, 정선, 태백, 삼척 4개 시와 군을 하나로 연결한 길이다. 고원지대를 따라 숲길과 백두대간 절경이 펼쳐지는 길로 폐광지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모운동은 운탄고도 2길과 3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광부의 길로 불리는 길은 산허리를 빙 둘러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쯤 걸린다. 옛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을 따라 광업소, 폐광터, 목욕탕, 삭도 등 탄광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길옆에 솟아있는 황금폭포 전망대에 오르면 깎아지른 벼랑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려온다. 계곡으로 탄광에서 나온 물로 조성한 인공폭포가 힘차게 흘러내린다. 황금폭포 전망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운탄고도 광부의 길에 들어선다. 휴대폰의 주파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먹통이 되기도 한다. 이젠 오롯이 광부의 길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길섶으로 제비꽃, 양지꽃, 산 괴불주머니 등 야생화들이 서로 길동무를 자청한다.



TIP. 운탄고도 전 구간 9월 정식 공개 예정  

2길 코스. 김삿갓 느린 걸음 굽이굽이. 각동리- 모운동(벽화마을), 18.80km 가는 길=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나와 영월까지 38번 국도를 거쳐 영월 읍내를 지나 88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옥동천을 가로지르는 주산교를 건너 산길을 오르면 된다.

문의 :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  ☎ 033-375-0111.  https://untan133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