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농부들이 꿈꾸는 스마트 영농
파프리카, 딸기, 유럽형 채소들, 고추냉이까지
심고, 수확하고, 함께 만들어 먹으면서 즐기기까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진화는 영농 분야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노동 시스템 전환, 온라인 직거래 중심의 유통 구조 변화, 체험과 교육이 가미된 서비스를 시작해 6차 산업으로 전환을 거쳐 이제는 경험을 바탕으로 협업을 통한 농기계 제작과 판매까지 시도, 복합 영농으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영농 정보를 수집해 형성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 과정의 안전성 확보를 넘어 생산량 예측과 계획 출하를 가능케 하는 똑똑한 농업. 수기로 작성하던 농부의 영농일지도 점차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회전식 수경재배로 6차 산업 모델 제시
고성 도넛팜
창업 영농을 결심하고 정주 환경을 바꿔 이주해 정착한 고성의 농업회사법인 도넛팜의 도 상규 대표이사는 회전식 수경재배 기계를 개발해 6차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2019년 귀농 이후 정책 자금을 지원받아 이들은 빈 축사를 사들였다. 직접 공간을 재구성해 온실을 만들고 엽채소류를 생산, 2020년 6월 체험 예약제를 시작했다. 지원받은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금을 그대로 투자했다.
작물에 물과 고형배지 양분 공급에 3건의 특허를 출원한 이들은 회전식 수경재배 기계(로터리 채소 재배 장치)로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도 공개했다. 한창 인기 있는 유럽형 채소의 모종을 식재하고, 출하량이 많으니 체험자들이 직접 수확을 해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어보는 과정도 개설했다.
식물 공장이자 체험 교육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7,500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출하한 연간 생산량은 7천여 포기. 529㎡(160평) 정도 규모에 40대의 기계가 운용되고 수확률은 1대당 12~15회 작 이었다. 초청이 밀려들었다. 순천 넥스포 박람회, 스마트 팜 코리아,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도 참가했다. 도 대표는 “춘천 노인복지 회관과 의정부 요양병원, 아파트 옥상 유휴 공간에 표본을 설치해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올해는 고성 교육청으로부터 4시간짜리 교육의뢰를 받아서 과정 운영에 주력할 거예요. 기후 환경과 첨단 농장, 재배 방법론을 다루려고요. 사업 확장도 해요. 관광농원이나 테마파크, 설비 판매도 생각해요. 국내외 특허 실시권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디지털 영농에 도전,
평창과 철원의 파프리카 재배 농부들
생육 환경의 완벽한 원격 관리 시스템 구축을 꿈꾸며 미래를 위해 농부의 하루를 데이터로 기록하는 이들도 있다. 평창군 후평 13,223㎡(4,000평) 농장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김관섭 씨는 강원도 농업기술원과 연계한 식물 자료 수집에 적극적으로 참여, 디지털 영농에 도전하고 있다. 후계 영농이기도 한 그는 부친이 고수하던 토경 재배를 온실 고설 양액 재배로 전환, 노동력은 줄이고 생산량은 50% 늘렸다. 3월 하반기에 출하를 시작해서 11월까지 연간 400여 톤의 파프리카를 생산, 전량 수출하고 있다.
김 농장주는 “지금의 환경은 몇 년 전에 조성한 네덜란드 환경지원 프로그램 방식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 기능 실현을 위해 협의 중이에요. 일테면 이산화탄소량을 파악하거나 수분 보유량을 파악할 수 있는 칩을 만들어 물관에 칩을 넣는 거지요. 그러면 작물의 뿌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죠.”라고 강조한다. 지준구 농부(평창 대화면)도 파프리카 13,223㎡(4,000평)와 토마토 9,256㎡(2,800평) 규모로 짓고 있는 농사의 정보를, 조 남헌 농부(철원 김화)도 파프리카 13,223㎡(4,000평)의 영농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스마트 팜이 안겨준 매력
딸기와 채소 수확 체험 농장
노지에서 온실로, 토양에서 고설로, 영양액 재배로의 진화에 두드러지게 수혜를 보고 있는 과채류 작물 가운데 하나는 바로 딸기. 농부들이 엽채소류와 함께 재배하는 체험 농장이 크게 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도내에만 20여 개 가까운 목록이 나온다. 이들 농장 대부분이 국내 자체 육종 기술로 개발한 국산 딸기 품종인 설향을 체험과 온라인 직거래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고설 베드 영양액 재배로 허리 높이에서 열리는 딸기는 수확이 편한 만큼 노동력을 절감하고, 성인의 허리 높이에서 익은 딸기는 어린이들이 직접 따기 쉬워 수확 체험으로 요즘 한창 인기다.
홍천군 남면에 위치한 라온터 딸기농장은 6차 산업 시범사업 농가. 연동형 자동화 하우스에 생산을 위한 작업장, 미세 살수장치, 환기팬과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다. 스마트 팜 환경 제어 시스템 구축으로 통신 제어, 중앙센서, 측면센서를 관리하고 시설 하우스의 온도와 습도는 물론 자동 개폐, 수경 영양액도 자동으로 공급한다. 홍낙기 농장주는 딸기를 따면서 바로 먹고, 직접 수확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딸기 사이에 숨어있는 벌레잡이 트랩도 보여주고 꽃을 수정해 주는 벌통도 알려준다.
“토지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에 비해 작업이 쉽고 연작 피해가 적으며 관리도 쉽고 친환경적이죠. 또 식물의 생육환경을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어 생산량도 늘리고 수확 시기 조절도 가능합니다.”라며 “최근에는 홍천의 12 농가와 협업으로 유튜브에 홍천의 농부마켓 채널을 개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면서 홍천의 딸기도 알리고 다른 농산물 판매도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채소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춘천 초록달코미네 농장은 업력만 25년으로 독자적인 DIY 스마트 팜으로 유명하다. 신용철·김경희 부부는 2003년 그네들의 축적된 경험으로 현장 맞춤 시설 하우스를 설계해 직접 설치하고, 통합 제어기, 영양액 공급기, 여과기, 보온 커튼도 만들었다. 맞춤형 재배 조건을 적용해 채소 농사를 시작했다.
공간을 분할하고 분무 수경 농법도 개발했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끝내 자신들만의 최적화된 저가형 맞춤식 농장을 완성했다. 동시에 다양한 작목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수익이 늘었고 친환경을 고수하자 입소문이 났다. 이제는 연동 시설 하우스 매출만 1억5천만 원 규모라고 한다. 예비 창업주이거나 작물 전환을 시도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모종 기부와 판매,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여기 당근을 보세요. 아삭하고 잎까지 먹을 수 있거든요. 버터 헤드 레터스, 셀러리 같은 채소는 물론 딸기와 방울토마토는 언제나 안전합니다. 힘겹기도 했지만, 순환식 분무 수경으로 무농약 재배를 고수해왔고 친환경 채소 마이스터가 되었으니 보람을 느껴요.”라며 활짝 웃었다.
고성 도넛팜 : 100% 예약제. 033-681-9658. 고성군 죽왕면 짱고개길 37-1
라온터 홍천 딸기 농장 : 010-9159-8776
춘천 초록달코미네 : blog.naver.com/moul3800. 춘천 사북면 화악지암길. 0507-1421-3696. 010-7225-3696
파프리카&토마토 :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2007. 010-3386-8919
김관섭 농부의 파프리카 : 평창군 평창읍 후평리 430. 010-8941-3119
조남헌 농부의 파프리카 : 철원군 김화읍 청양리 66. 010-6373-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