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를 품고 설원에 잠기다
# 선계에 들어서다.
강릉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정동진과 하슬라 아트월드에 미처 닿기 전 자리한 괘방산 중턱에는 제법 길고도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사찰이 있다. ‘낙가사’.
고즈넉한 산자락은 눈에 뒤덮였다. 화폭 속으로 성큼, 설경이 펼쳐진 선계(仙界)에 들어섰다.
# 폐사와 중창을 거치며 얻은 이름 ‘등명락가사’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오대산 월정사 말사인 이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재위 시절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첫 이름은 ‘수다사(水多寺)’다.
이후 고려 초기에 ‘등명사(燈明寺)’로 불리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폐사되었다. 1957년 옛터에 새로 절을 짓고 그 이름을 ‘낙가사(洛伽寺)’로, 1980년 중창 불사하며 지금 등명락가사(燈明 洛伽寺)로 불리게 되었다.
경내에는 창건 때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7호 ‘등명사지 오층석탑’과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대웅전·극락전·영산전 등이 자리한 규모 있는 곳이다.
# 바다를 마주한 특별함
이 사찰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잇게 하는 특별한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간문화재인 도예가 해강 유근형 선생이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며 완성한 각기 다른 모습의 청자 오백나한상이영산전(靈山殿) 법당에 모셔져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절 입구 옆에 자리한 신비의 약수 ‘동명 감로 약수’다. 국민보건원에의뢰해 분석한 결과, 마시거나 목욕 후 여러 효능이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세 번째는, 일주문 가운데 서 있는 ‘대한민국 정동’ 표지석과 그 위에 설치된 나침반이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정동 방향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특별함은 앞마당처럼 펼쳐진 동해다. 긴 날개를 활짝 펴듯, 쭉 뻗은 대웅전 추녀 끝에 내걸린 풍경소리와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언제나 새롭다. 아름다움은 세월이 흘러도 낡지 않나니.
# 부처의 지혜를 전하다.
한번 켜지면 그 빛이 꺼지지 않는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환히 밝힌다는 등명(燈明).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낙가산의 이름을 딴 ‘낙가(洛伽)’.
그 뜻을 넓게 풀이하면 ‘부처의 밝은 지혜를 전하겠다.’라는 말.
그러므로 등명락가사는, 새해 등불을 가장 먼저 밝히고 온 세상에 그 빛을 전하는 곳은 아닐까.
여행 메모 : 4km 떨어진 곳에 해돋이 명소 정동진, 예술 정원 ‘하슬라 아트월드’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진이 잘 나온다는 카페들도 많다.
문의 : 강릉시 강동면 괘방산 길 16(정동진리), 033-644-5337, 033-644-5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