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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
129호
Nature & Crafts taste
강원의 고추냉이
VIEW.681
조은노 강원도청 대변인실
사진 김연미 푸드 전문 사진작가, 태백 육묘장
인포그래픽 최혜선 일러스트레이터

뿌리부터 잎, 줄기, 꽃대까지 다 먹는

고추냉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다  

물재배에 이어 영양액 재배, 스마트 팜까지


   



지난 30여 년간 강원도 농업기술원이 고추냉이 재배를 성공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시간의 기록이다.

N1.  1996년. 영농 활용. 고추냉이 물 재배 시 묘 크기별 수량. 변학수 

N56. 2020년. 영농 정보. 고추냉이 식물공장 변온 모델 제시 

N35. 2019년. 물 재배용 고추냉이 종묘 생산기술 개발 연구. 김경대 

N1.  1999년. 고추냉이를 이용한 가공품 개발. 권혜정 

N6.  2004년. RAPD를 이용한 고추냉이의 유연관계 분석. 허수정 

N5.  2004년. 고추냉이의 재식 밀도가 생육 및 수량에 미치는 영향. 변학수 

N1.  2002년. 고추냉이 품종별 생육 및 Allylisothiocyanate 함량 변이. 변학수 


연구보고서 56건, 시험연구보고서 35건, 연구 결과활용자료 56건, 논문게재자료 6건. 

2020년. 평창 농업법인 흥에서 근경 영양액 재배 성공, 판매 시작

2015년. 고추냉이 종자 저장기술 개발• 쌈 채소용 여름철 안전 재배 기술 개발 

2012년. 밭 고추냉이 종묘 생산비 절감 기술 개발 

2005년. 고추냉이 엽채소 생산 기술 개발 

2002년. 고추냉이 우량 종묘 보급을 위한 조직 배양 묘 생산 

2001년. 용수의 수질이 고추냉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 간이 검정 진단키트 개발 

1997년. 고추냉이 생장점 배양 우량 묘 증식 방법 

1997년. 철원 샘통에서 물재배로 근경 생산 성공



초밥과 생선회에 빼놓을 수 없는 고추냉이.  

이제는 일식집은 물론 가정에서도 육류 섭취에 애용하는 향신료이자 기호품으로 완전하게 자리 잡아 대형 할인점 판매대에 전시된 관련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톡 쏘는 알싸한 맛, 몸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이 채소를 활용한 가공품들이 우리 식탁에서 일반화된 것은 이들의 중단 없는 연구와 실험이 한몫했다. 국가통계 포털(kosis.kr) 공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식 관련 음식점의 총매출액 가운데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 76.3%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소매 서비스업의 거듭되는 부침 상황을 고려해도 절대 적지 않은 소비 시장 규모다. 고추냉이가 필수인 일식이라는 점을 살피면 고추냉이 소비량 증가 유추는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Wasabia japonica MATSUM. 

뿌리부터 잎, 줄기, 꽃대까지 다 먹는 고추냉이는 저온 음지용 작물로 매운 냉이, 겨자 냉이로도 불렸다고 한다. 요즘은 뿌리를 강판에 갈아서 생선회와 곁들여 먹는다. 잎은 입맛을 돋워주어 장아찌나 쌈 채소로도 섭취한다. 줄기는 잎에 비해 알싸한 맛이 조금 더 강하고, 꽃대는 수정 부위가 영양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 천식, 습진에도 효과가 있으며 식중독균과 충치 유발 세균에 대한 살균과 향균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 백혈병,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 암세포에 선택적인 발생 억제 및 전이 억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신장 기능 강화, 어패류의 유해 곰팡이 억제 작용, 혈전 용해와 식욕 증진의 약리작용이 있다는 학계의 각종 연구 결과 보고서들이 국립농업과학원(www.naas.go.kr)에 올라와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수요는 증가했지만 국산품의 공급은 쉽지 않았다. 생육 조건이 연중 수온 변화가 적고, 많은 물이 필요하여서 재배 시도조차 어려운 품종이었던 것. 수질, 수온, 수량이 모두 맞아야 할 만큼 재배가 까다로워 근경(고추냉이의 땅속줄기)재배는 엄두도 못 내고 그나마 쌈 채소나 가공용인 잎 정도만을 수확할 뿐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야 근경 생산을 위한 물재배 기술이 확립되어 전환기가 찾아왔고 이제는영양액 재배까지 성공하며 고소득 작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생산 규모는 18ha, 강원도는 4.8ha의 면적에 농가 수는 전국 130여호, 강원도에는 40호에 이른다.


지난 30여 년간 고추냉이 생산과 보편적 쓰임새의 확대를 주도해온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처음은 소양댐의 물을 활용하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이제는 산채연구소 고원농업시험팀에서 고추냉이 영양액(양액) 재배 기술 개발과 종묘 생산 및 보급 전담 농업연구사들이 있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초창기 토대를 마련했던 변학수 위원(농업진흥청 강소농 전문)은 “이제는 사실상 와사비와 고추냉이의 구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일반화됐다”라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천연 용출수로 사계절 13℃ 수온을 유지하는 철원 민통선 샘통에서 생산을 해보겠다고 나서 주면서 1997년에 물재배 근경 생산을 성공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철원 샘통의 ‘철원고추냉이家(가)’는 특허 기술을 이용해 물고추냉이 재배단지를 조성, 한때 국내 생산량의 90%를 차지했다. 국내 5성급 호텔 일식당 공급, 잎과 줄기를 활용한 천연 탈취제와 고추장, 액상 차 등 다양한 가공 제품도 개발했다. 소스를 활용한 돼지 갈빗집도 문을 열어 몇 년 째 성업 중이다.(본보 96호 게재)  


성과가 나오자 연구도, 저변도 다양화했다.  

농업기술원 담당자들은 재배 환경이 생육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변이 연구 결과를 속속 내놓았고, 조직배양에 의한 종묘 생산 기술 등 각종 재배 기술정보도 공개했다. 또 조건이 냉수성 어류인 송어 생육 조건과 같다는 점에 착안, 고추냉이 재배에 사용한 물을 송어 양식에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도 했다.  

또한 산채연구소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씨받이 사업을 진행하여 고추냉이 씨앗과 모종 사업을 지속해서 지원, 지능형 농장 구현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철원 플라즈마 산업기술연구원이 제안한 반도체의 나노 소재인 퀀텀 닷(Quantum Dot·양자점)을 활용한 사업을 받아들여 태백시 폐석탄광인 함태 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식물공장을 짓고 시범 재배를 시도했다. 재배 주도는 농업회사법인 로보팜(대표: 남영애· 박남일)이 맡았고 이들은 LED 광합성을 이용해 3월부터 7월까지만 생육 가능한 고추냉이를 연간 생산 가능한 작물로 성공시켰다.



또한 씨받기 및 육묘 보급 확대를 위해 태백 육묘장(대표:이영대)과 연구 성과 기술이전 협약도 체결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개발된 고추냉이 종자 저장기술, 종자 발아 기술, 생육기 재배 적정 영양액 농도, 식물공장 변온 모델 기술도 지역 주민들에게 이전했다. 그 결과, 대량 재배 성공으로 새로운 활로를 뚫고 있는 젊은 영농인도 배출했다. 농업법인 흥(대표: 차대로)은 세명의 30~40대 농부가 힘을 합쳐 첨단 과학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농법으로 수익을 내며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도전, 혁신적인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소득 작물로 농업 분야의 성공과 변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 될 터이다. 보통 1㎏당 쌈 채소용 잎은 1만∼2만 원, 근경은 10만∼20만 원에 거래되는 고소득 작물인 고추냉이. 어쩌면 곧 이 값비싼 고추냉이 근경들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마트에 진열되어 출현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상추처럼 일상적으로 사서 집에서 갈아서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  www.ares.gangwon.kr. 033-339-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