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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 Date.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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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준
  • 사진 조용준ㆍ이상명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초록융단
하얀 실오라기 걸친 주름치마…비단물길 품은 원시이끼

미지의 세계로 드는 길이다. 깊고 적요하다. 가만히 바람을 타고 도는 향기를 느껴본다. 온몸이 찌르르~ 떨려온다. 여름날 짙은 초록의 유혹적인 향기가 마음을 들뜨게 한다. 태초의 원시림을 간직한 삼척 육백산 자락을 걷는다. 쭉쭉 뻗은 나무들은 짙은 숲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길섶에 피어난 야생화는 빛처럼 반짝인다.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깊은 골짜기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이끼가 계곡을 뒤덮어 초록세상을 펼친다. 초록이 아닌 것은 이끼 위를 타고 내려오는 투명한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뿐이다. 바위와 나무 등에 붙은 초록 이끼 더미가 신비롭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초록빛이고 계곡에 널브러진 고사목도 초록 옷을 입었다. 이끼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고 청량한 물소리로 세상 시름을 잠시 잊어본다. 그저 바라만 봐도 호사스런 풍광을 찾아 삼척으로 간다.

도계읍 육백산(해발 1244m). 그 옛날 산정이 평평해 조(粟)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1960년대까지는 호랑이가 출몰했다던 첩첩산중이다. 이 육백산 허리춤의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에 태곳적 신비를 고이 간직한 무건리 이끼계곡이 숨어 있다.
계곡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수년간 입산이 통제되다가 지난여름, 진입로와 관람용 나무계단을 정비하고 다시 세상과 만났다. 백두대간 첩첩산중에 있어 가는 길이 만만찮지만 이끼계곡을 보기 위한 외지인들의 발길은 늘고 있다.

무건리 이끼계곡은 가는 길부터 특별하다. 갱도에서 서늘한 냉기가 나오는 석회암 광산을 지나 가파른 길을 몇 구비 돌면 차량 통행차단기가 나온다. 이곳이 들머리다. 차단기에서 이끼계곡까지는 약 4㎞, 1시간30분쯤 걸린다.
핏대봉 허리를 에두르는 오솔길은 꽃향기 그윽한 숲길이다. 낙엽송 울창한 길은 맑고 시원하다. 가파른 절벽에는 붉은 표피가 생동감 넘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오르막을 올라 허벅지가 팍팍해질 때 쯤 성황당이 있는 국시재 고갯마루가 나온다. 나무 아래 돌무덤에 작은 돌을 하나 얹는다. 성황당에서 큰말까지는 순한 길이다. 시야가 뚫린 우측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따라붙는다. 숲이 울창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큰말이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서너 채의 집은 인기척이 없다. 밭작물을 가꿀 때나 드나드는 집이다. 대문도 없는 어느 집을 바라보니 오지마을 특유의 한적함이 전해 온다.

삼척 내륙은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통한다. 옛날에 난생처음 바다를 구경한 촌로가 이웃에게 동해가 무척 넓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이웃은 "동해가 아무리 넓어도 우리 집 콩밭만큼 넓겠느냐"고 반문했다는 우스개가 전해 온다.
무건리 마을은 한때 300여명이 살았다. 하지만 하나둘 도시로 떠나면서 몇 집만 남았다. 소달 초등학교 분교도 1994년 89명의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분교 터는 어느 해 큰물에 폐허가 돼 사라졌다.
이끼계곡은 큰말의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300m 아래 계곡에 있다.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고목이 우뚝 솟은 오솔길을 지나자 엉겅퀴, 개망초, 비비추, 초롱꽃, 나리꽃, 동자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길을 밝힌다. 이윽고 거센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나뭇잎 사이로 짙푸른 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침 하늘이 열리면서 푸른빛이 감도는 소와 함께 첫 번째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모습의 이끼폭포는 높이 7~8m에 이른다. 서너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주름치마를 펼친 것 같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석회석이 녹아내려 희뿌옇게 보이는 푸른 소 뒤로 쏟아지는 폭포는 장관이다. 그러나 감탄사를 연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두 번째 이끼폭포가 협곡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 계곡 사이에 서자 용소와 이끼폭포가 비로서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10m쯤 되는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눈이 호사를 누리는 풍광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계단 모양의 이끼바위를 흐르는 물줄기는 한 가닥 두 가닥 이어져 비단처럼 매끄러운 폭포수로 변한다.
폭포소리에 귀가 멀고 용소와 이끼폭포의 비경에 눈이 먼다. 순간 짜릿한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동굴처럼 움푹 들어간 검은 절벽아래 검푸른 용소(납닥소)가 눈앞에 펼쳐진다. 동굴 절벽과 용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소름이 오싹 돋을 정도로 차갑다. 태곳적 자연이 마냥 신비롭다. 한동안 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맞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잠시 들어온 느낌이다. 나가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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