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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東海 섭국

  • Date.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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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껍질에 실끈으로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자라는 조개 전체를 홍합류라고 분류한다. 이 홍합류는 세계에 250여 종이 있다. 이 중에 한반도 연근해에 서식하며, 한국인이 흔히 먹는 홍합류는 홍합과 지중해담치이다. 홍합은 흔히 참담치라고도 불린다. 또 섭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동해안과 울릉도에서는 다들 섭이라 한다.

지중해 담치는 주로 남해안에서 양식을 하는 홍합류의 조개이다. 도시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지중해담치이다. 홍합, 즉 참담치, 즉 섭은 동해안의 작은 포구에서나 볼 수 있다. 물량이 많지 않아 도시 시장에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합자와 열합은 홍합과 지중해 담치 모두에 붙어 있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홍합, 즉 참담치, 즉 섭(이후부터는 섭이라고 하겠다. 섭은 강원도 사투리이고, 이 책자는 강원도에서 발행하는 것이니 사투리를 살려 쓰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은 예부터 한반도 의 바다에 있었으며, 따라서 토종이라고 부른다. 지중해 담치에 비해 크며 조가비가 두껍다. 섭은 양식을 하지 않으므로 자연산이라 팔리는 것은 대체로 섭이다. 그러나 지중해 담치도 자연산이 있으므로 자연산이기만 하면 반드시 섭인 것은 아니다. 지중해 담치는 이름 그대로 지중해와 서대서양 원산지의 홍합류 조개이다.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유럽 선박의 바닥에 붙어 세계 연안으로 번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1935년 처음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한반도 연안에서의 사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지중해 담치는 번식력이 강하여 한반도 연안 전역에서 발견된다.

바위이든 나무이든 어느 곳에나 붙어서 자란다. 이 지중해 담치의 번성으로 섭은 서식지 경합에서 밀려나 귀한 것이 되었다. 양식하는 홍합류도 지중해 담치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홍합류가 지중해 담치인 것이다. 한때 지중해 담치를 진주담치라고 불렀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의하면, 종의 분류가 잘못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것은 쉬 바로잡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 담치를 진주담치라 부르 고 있다. 더 나아가, 지중해 담치, 진주담치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않고 그냥 홍합 또는 담치라 부르는 일이 더 많다.

 

 

 

 

 

 

, 즉 토종 홍합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싱거워서 담채

 

지중해 담치는 1930년대 이후에 우리 바다에 나타났으니 옛 문헌에 등장하는 홍합은 섭이라고 보면 된 다. 홍합(紅蛤)'붉은 조개'라는 뜻이다. 암컷의 살은 붉고 수컷은 그보다는 옅지만 역시 붉은 기가 있 다. 1809년에 쓰인 조선 조리서인 [규합총서]에는 담채(淡菜)라 쓰고 "바다에 나는 것이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겁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설명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담채로 기록되어 있다. 홍합은 여느 조개처럼 바닷물을 그 살에 품고 있어 짜다. [규합총서]의 저자인 빙허각 이씨가 홍합을 두 고 유독 싱겁다 한 것은 그가 맛본 홍합이 건홍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홍합은 쉬 상하므로 삶아 말 려서 보관하였는데, 이러면 짠맛이 줄게 된다. 건홍합이 약재로 쓰일 때의 이름도 담채이다. 조선에서 의 물류 사정으로 보아 육지부에서는 대부분 건홍합으로 대하였을 것이다. 담치는 담채가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안의 시장에서는 말린 섭을 팔기도 한다. 이 말린 섭을 담채라고 따로 부르면 어떨까 하 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침 해장에 이만한 것이 없다 바닷가 돌에 닥지닥지 붙은 것은 대부분 지중해 담치이다. 동해 바닷가의 것도 그렇다. 섭은 깊은 바다에서 난다. 수심이 5미터 정도는 되어야 섭이 크다. 잠수를 해야 얻을 수 있고, 그래서 동해에서도 섭을 보기가 어렵다. 그러니 동해에 놀러갔는데 섭이 보인다 하면 일단 맛을 보아야 한다. 의외로 다음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는 않는다. 섭도 제철이 있다. 늦겨울에서 늦봄 사이이다. 이때의 섭은 살을 제대로 올린다. 까서 보면 매끈한 살이아기 볼처럼 도톰하다. 섭은 익히면 살이 원래 단단한데 이때의 것은 더 탄력이 있다. 향도 더 깊다. 이 런 섭은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끓여도 맛있다. 오히려 섭 외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게 맛있다. 감칠맛의 극 치를 보여주는 조개이기 때문이다. 섭미역국도 맛있다. 섭을 쫑쫑 다져 참기름 두르고 달달 덖다가 미 역을 마저 넣고 조금 더 덖은 후 물을 부으면 된다.

 

 

 

 

 

 동해안 지역에서 이 섭으로 흔히 먹는 음식은 섭국이다. 섭미역국과는 조금 다르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국물의 바탕을 잡고 섭과 함께 부추며 양파, 버섯, 감자 등을 넣는다. 감자수제비를 더하기도 한 다. 섭의 감칠맛에 장의 감칠맛을 보탠 국이라 할 수 있다. 과음한 다음날 속이 헛헛할 때에 이 섭국 한 그릇이면, 여기에 밥 한 공기 말아 훌훌 들이키면, 온몸이 녹으며 든든해진다. 애초에 동해 바닷가 사람 들의 술국으로 조리되었던 음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동해나 남해의 재래시장에 가면 섭을 대나무에 꿰어 말린 것을 볼 수가 있다. 산모용이나 제수용이다. 옛 문헌의 담채가 이렇게 말린 섭을 말하는 것이리라. 정성스레 만든 그 모양을 보면 예부터 섭을 예사 로이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점점 더 귀해지는 듯하다. 동해 나들이에 이 섭을 발견하게 되면 꼭 드셔보시라 권해드린다. 흔히 먹어왔던 지중해 담치와 그 맛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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