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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무에 魂을 새기다, 각자장 이창석 명인

  • Date.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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刻字匠
이 나무에 새긴
 ‘文香’ 


광화문에도 조양루에도 혼과 정성이 깃들다, 

 각자장 이창석 명인

 

# 프롤로그

진청색 동해바다와 나란히 이어진 7번 국도를 달려 도착한 곳. 남과 북의 경계, 통일전망대까지

채 20km가 걸리지 않는 북쪽 끝.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 

‘너른 반석이 널려있는 마을’을 접어들자마자 옥색 기와를 얹은 단층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각자 전수교육관 ‘강원서각’이다. 

이곳이 오랜 세월 나무에 글을 새기며 살고 있는 각자장 이창석 명인의 활동 공간이다. 
 

 ​ 


#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 16호, 고성에 살며 수강교실 열여

각자장(刻字匠). 고유의 전통기법으로 나무판에 활자나 그림을 새기는 장인을 말한다. 

월인석보와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삼국유사, 춘천 조양루와 강릉 임영대종 등 70여 점의 현판을 제작했다. 2015년 광화문 현판도 그의 손을 거쳤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6호로 각자장으로서는 강원도 최초다. 전통 각자문화는 사진술과 인쇄술의 발달로 급속히 사라졌고, 현재 각자장은 전국무형문화재, 중요무형문화재 등을 합쳐 전국적으로 총 4명이 전부라고 한다. 

 

그래서 이 명인은 전승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년 과정의 수강 교실을 열었는데 강릉, 동해, 속초, 고성, 춘천과 서울, 경기에서 온 이들이 2012년부터 교육을 받아 현재 6기생이 수강 중이며 70명이 수료를 마쳤다. 

 


# 목판 제작 과정

 

각자(刻字)의 기본은, 글자를 새기는 데 적당한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물관이 조밀하고 단단하며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적고 옹이가 없어야 한다. 목판에 적당한 나무는 돌배나무, 은행나무, 산벚나무 등이다. 선정된 나무는 소금물에 담가 삶은 뒤 건조시키는데 세균증식을 막기 위함이다.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이야말로 거기에 새긴 기록을 오래 보존하는 비법이다. 자연이 내어준 재료에 정성들여 글자를 새기는 일. 각자작업은 자연의 일이 절반이고 사람의 일이 절반이다. 

 

# ‘아버지와 나무’ 대를 이은 가업

 “대목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나무를 가까이 하면서 그 매력에 스며들었어요. 1973년쯤 나무를 만지기 시작해 목가구 제작을 해오다 단순한 목판에 글자를 새겨 넣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각자 작업을 하게 된 거지요.”  
  

이 명인이 각자장이 된 계기도, ‘아버지와 나무’였다. 

 

제재소집 딸이었던 부인 이일영씨는 이수자. 아들 운천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수 조교로 활동 한지 13년이 되었다. 부창부수, 부전자전을 실천하고 있는 가족이다. 아들도 ‘아버지와 나무’가 계기라고 했다.   

그 또한 나무에 글을 새기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목판에 글을 새기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멋있었다. 남들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들다고 하는데, 나무를 만지는 일이 여전히 재미있고 즐겁다.”고 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후 선생님으로서의 꿈을 접고, 각자장의 삶을 택했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 지 알아서 준비해 주는 아내와 자신의 뒤를 잇고 있는 아들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단다.  

 

​ 

 

# 에필로그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그의 두 손을 들여다보았다. 

반듯하고 단단하고 고집스럽고 우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손. 

칼과 망치를 움켜쥐고 한 자 한 자, 더디고도 느리게 손끝에서 새기고 다듬어진 글자와 그림들은 그대로 그 손의 표정을 닮고 있으리라.  
 
 

피었는가 싶게 봄 꽃은 난 분분 흩날리고, 꽃 진 자리에 연초록 잎들은 피어, 온 산의 나무마다 물오르는 봄날. 나무와 함께 하며 어느새 나무를 닮은 명인을 만나러 간 날은 눈부셨다. 

오롯한 정진과 지극한 정성. 정갈한 나무 향 같은 그의 삶이 그 봄날과 다르지 않았다.

 

글: 김혜정 본지 객원 작가이자 교통방송 구성작가
사진: 이석원 본지 객원 사진 작가

 

 

TIP: * 이창석 초대작품전 <나무에 새긴 문향(文香), 서각(書刻)> 전시회 이 명인이 복원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삼국유사, 능화판, 희소 목활자 등 30여점과 글을 새기는 각자 작업에 쓰던 이창석 명인의 손때 묻은 각자 도구가 전시 중이다.
 

장소: 강원도립화목원 내 산림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기간: 3월20일~ 5월 30일 

 

* 이창석 각자장 전수교육관 <강원서각>: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 230-15, 033-682-3839

매주 토요일, 일요일 격주로 수강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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