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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남설악 만경대 둘레 길

  • Date.2016-11-13
  • View.18804

 

가지 풍광을 바라보다

46년 만에 열린 작은 금강산 남설악 만경대 둘레 길

 

 

붉은 암벽의 빛 따라 시시각각 만물상이 춤을 춘다!

발아래 굽어 보이는 주전골, 흘림골의 단풍은 그저 황홀하다

 

 

만 가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만경대 萬景臺

수많은 경치를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전망대란 뜻입니다.

빼어난 경관을 품은 강원도 설악산에는 만경대가 세 곳이나 있습니다.

 

 

속초시 외설악 화채능선 만경대, 인제군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명승 제104), 그리고 양양군 오색지구 남설악 만경대입니다. 모두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인 19703월부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금단의 땅입니다. 이중 46년간 꽁꽁 숨어 있던 남설악 만경대가 빗장을 풀었습니다.

 

 

남설악 만경대는 오색지구의 주전골 협곡 사이에 불쑥 솟은 해발 560m의 봉우리를 이르는 이름입니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만물상과 정면으로 마주 서는 곳입니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주전골, 흘림골의 까마득한 계곡을 발 아래로 두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46년 만에 열린 만경대는 우연히도 딱 46일간 개방했다.

지난 1116일 등산로가 폐쇄되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단풍 절정 시기로 예보됐던 지난 10월 둘째 주말, 전국에서 1만 명이 넘는 탐방 객이 몰렸다.

극심한 기다림과 산길 정체를 각오해 새벽에 올랐지만 역시 피해갈 수는 없었다.

 

만경대 둘레 길은 기존에 개방된 주전골 탐방로 3.2구간에 만경대를 잇는 미답 지역 2구간을 덧붙여 전장 5.2.

만경대만 보려면 오색 주차장에서 택시로 이동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 일단 들어서면 되돌아올 수 없다. 길이 좁고 안전을 감안해 일방통행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들머리인 오색분소 매표소를 출발했다. 이곳부터 용소폭포까지를 주전(鑄錢)골이라 부른다.

 

옛날 도적 무리들이 동굴에서 위조엽전
을 만들다 발각된 곳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 계곡을 건너거나 미끄러운 곳은 다리와 데크를 놓아 대체로 수월하다.

 

시작부터 설악의 진면목을 만난다. 철분이 많아 붉은 색을 띠는 오색약수 옆 암반을 흐르는 물결이 옥색 구슬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약수는 계곡을 걷는 내내 이어진다.


 

초입에 우뚝 솟은 독주암을 시작으로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계곡을 감싼 바위산과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내린 소나무가 그대로 절경이다. 매끄러운 바위를 흐르는 맑은 물소리까지 시원해 지루할 틈이 없다.

 

계곡을 따라 짙은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서 계곡의 굽이를 하나씩 돌 때마다 곱게 물든 단풍의 색감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다만 가뭄으로 계곡물이 예전만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낙차가 있는 곳마다 선녀탕, 용소폭포가 짙푸른 소를 만들어 위아래 경치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다. 용소폭포를 지나 삼거리 갈림길 위쪽이 통제된 흘림골인데 여기저기 무너진 돌무더기가 보였다. 산사태가 할퀴고 간 상처는 깊었다.

아쉬운 마음에 닫힌 길 앞에서 흘림골을 한참 올려다본다. 만경대로 발길을 옮겼다.


 

아쉽게도 오르내리는 구간의 경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46이라는 의미를 제외하면 욕심부릴만한 코스는 아니다.

 

 

미답 지역 2구간에서 만경대는 빼어나지만 딱 그곳뿐이다.

오직 하나의 풍경만 바라고 가는 길이다. 주전골을 걸으면서 고개를 들고 감탄을 연발했던 봉우리들을 엇비슷한 눈높이에서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이다. 짧지만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길은 임시로 개방한 터라 부족함이 많다. 앞 사람을 추월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고 경사진 길은 미끄럽다. 허벅지가 빡빡해지고 장단지가 탱탱해지면 기골이 장대한 소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경대가 지척이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만경(萬景)의 이름이 그냥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성해응의 동국명산기에는 이곳 만경대에 오르니 많은 봉우리들이 빼어난 경치에 이른다고 묘사했다.

 

그가 묘사한 풍경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다.

아슬아슬한 천길 협곡 끝에 서자 만물상의 경관이 막아 섰다. 만물상을 끼고 발 아래로 까마득하게 주전골 계곡의 물길이 흘러내렸다. 날카로운 연봉이 계곡을 끼고 길게 늘어선 모습이며, 우뚝 선 독주봉의 우람한 자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만하다.

엄청난 고도 감에 발바닥이 간질간질했다. 주전골 위쪽으로 겹쳐져 숨어 있는 흘림골 계곡의 오른쪽 어깨너머로 한계령 정상 부근이 올려다 보였다.

 



사실 만경대는 임시 개방할 때부터 이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만 가지 경관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의 만경대냐? ‘경관을 바라 본다는 의미의 망경대(望景臺)냐 그것이다.

 

 

설악산 관리사무소는 여러 의견과 옛 문헌을 참고해 만경대로 최종 결정했다.

아무튼 이름이 무엇이든 그리 중하겠는가?

 

 

46년만에 만물상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열린 것이 더 중할 터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만물상이 붉은 빛을 토해낸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만물상이 춤을 춘다.

 

하지만 카메라로 그 풍경들을 담아낼 재간이 없다. 그저 눈으로만 찍을 뿐이다.

그렇게 만경대에 오랫동안 서서 주전골과 흘림골, 한계령을 물들이고 있는 설악의 단풍을 가슴에 꼭꼭 담았다.

기약 없는 이별이 기다리기에……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이자 칼럼니스트

드론 촬영: 정준교 설악산 국립공원 구조대

    

여행 정보

가는 길=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춘천동홍천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에서 내려선다.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를 지나 한계령을 넘어 8쯤 내려가면 오색약수 삼거리가 나온다.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앞에서 주전골과 만경대 탐방로가 시작된다.

 

먹을 거리=오색지구에는 산채비빔밥이나 정식, 돼지불고기 음식점이 몰려있다. 범부막국수(033-671-0743)는 메밀껍질이 촘촘히 막힌 꺼끌거끌한 면발의 막국수가 나온다. 투박하지만 먹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호해변의 오산횟집(033-672-4168)은 섭국이 별미다. 미나리와 부추, 양파에 밀가루를 버무려 옷을 입힌 뒤 끓는 국물에 넣어 걸쭉하게 낸다.

 

볼거리=하조대는 일출 명소다. 남애항과 한계령, 낙산사 의상대, 송천떡 정보화 마을,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 휴휴암도 찾아볼 만 하다.

    

 

TIP: 반세기 동안 닫혀 있던 만경대가 열린 이유

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동안 한 번도 열어주지 않았던 금단의 빗장을 푼 것일까?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8월 초 오색지구 흘림골 탐방로에서 100톤짜리 바위가 굴러 떨어져 인명사고가 났다. 직후 공단은 탐방로의 빗장을 굳게 닫아걸었다. 탐방로가 폐쇄되자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생계가 막연해진 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풍시즌 흘림골 개방을 요구했다. 산사태가 난 구간을 열어줄 수는 없었던 공단은 흘림골 대신 만경대를 잇는 둘레 길 개방을 제안했고 주전골 계곡과 만경대를 잇는 원점 회귀 탐방로를 조성했다.

 

출발지점과 종착지점을 오색지구로 정해놓은 건 당연히 지역 상인들을 위한 배려다. 공단의 최종 안정성 평가 결과 흘림골 구간이 다시 열리면 만경대 구간은 금단의 땅으로 되돌아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잃고 나서야 비로소 가치를 알게 되는 법이다.

 

만일 앞으로 흘림골이 기약 없이 닫히게 된다면 그곳의 가을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는 전설처럼 전해질 것이다.

46년 동안 가까이 가볼 수 없었던 만경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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