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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쌀쌀해지면 확 끌리는 명태탕

  • Date.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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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흰 살에 동해의 맑고 시원함

명태탕

 


날씨가 쌀쌀해지면 명태탕이 확 끌린다.

생태이면 좋을 것이나 동태이어도 크게 상관없다.

 

생태탕이 더 시원하고 살도 보드랍지만 동태탕은 또 그것대로 내장과 어우러진 냄새에 감칠맛이 가득하다.

눈이라도 오면 더 좋을 것이다.

 


말리면 북어, 얼리면 동태(凍太), 겨울에 잡은 것도 한자는 다르지만 동태(冬太),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 날것은 생태,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또는 조태, 그물로 건져 올리면 망태, 원양어선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 새끼는 노가리, 물기가 약간 있게 꾸들꾸들 말린 것은 코다리, 겨울 찬바람에 노랑 말린 것이 황태 또는 더덕북어(일명 노랑태),

 

기계 건조기에 하얗게 말린 것은 에프태, 덕장에 걸 때 날씨가 따뜻해 물러지면 찐태, 고랑대에서 떨어지면 낙태, 하얗게 마른 것은 백태, 검게 마른 것은 먹태, 딱딱하게 마른 것은 깡태, 대가리를 떼고 말린 것은 무두태, 손상된 것은 파태, 잘 잡히지 않아 값이 비싸면 금태.


명태만큼 다양한 별칭을 가진 생선은 없다. 그만큼 우리의 식생활에 친근한 생선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친근한지 민간신앙에서도 한몫을 한다. 굿판에 반드시 오르는 것이 명태고, 대문 문설주 위에 복 달라고 매달아놓는 게 명태고, 새 차 사서 사고 나지 말라고 자동차 보닛 안에 넣는 게 명태이다.

   


명태를 안 먹는 일본인이 명태를 잡았다

명태는 찬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이다. 섭씨 1~10도의 수온에서 노닌다. 북반부의 빙하 둥둥 떤 바다에서 산다. 겨울이면 수온이 떨어지고 그때에 한반도의 동해안까지 내려온다.

 

 ‘내려온다가 아니다. ‘내려왔다’. 그 많던 동해의 명태가 이제는 잡히지 않는다. 수온이 변한 탓인지 남획 탓인지 알 길은 없다. 우리가 지금 먹는 명태는 러시아 해역에서 잡아오는 것이 많다. 일본 명태도 제법 들어왔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그 양이 퍽 줄었다.

 


명태는 옛날부터 한반도 동해안을 회유하였을 것이고, 그러니 명태라는 이름을 얻기 이전부터 이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명태를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의 일이다. 함경도 연안이 겨울철 명태 산란지였고, 겨울이면 이 바다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명태를 잡았다.

 

한민족이 명태를 먹기 위해 잡는 것도 있었기는 하나, 일본 수출용 가공품 생산을 위한 명태 잡이가 많았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어업은 일본인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어획되는 물고기도 그들이 선택한 것이…… 그때에는 그랬다.

 


일본인은 명태를 안 먹는다. 어묵 재료로나 일부 쓰지 명태의 살로 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이 명태를 열심히 잡았던 것은 명란 때문이다.

 

함경도 앞바다에 들어온 명태는 알이 꽉꽉 차 있었고 이를 잡아 알을 거두어 적절하게 가공한 뒤 일본으로 가져갔다. 명란젓이 일본 전통음식으로 굳어지는 데에 한반도의 명태가 한몫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겨울에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함경도 출신 할머니들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23세 꽃다운 나이에 피난 온 함경도 북청 출신이었다. 흥미로운 내용이라 여기에 기록해둔다.

 

우리 집이 명태 잡이를 했어. 목선이 있었지

-그럼 명태 많이 드셨겠네요.

발에 밟히는 게 명태였어

-명란도 드셨어요?

명란이야 일본 사람들이 다 가져갔지. 단단하고 좋은 걸로만 골라서

옆에 있던, 역시 북청 출신 할머니가 거들었다.

공장이 있었어. 명란만 꺼내 가져가는 공장

-그냥 명란으로 가져갔어요?

명태잡이 집 할머니가 말하였다.

가공을 했지. 고춧가루로 살짝 굴려서. 일본 사람들은 매운 것 못 먹잖아. 고춧가루는 아주 조금 넣었어.”

다시 또 다른 북청 할머니가 거들었다.

고춧가루도 썼고, 또 일호라는 게 있어. 그걸로 색깔을 냈어. 분홍색으로 예쁘게

-일호?

. 일호라고 색깔 내는 게 있어

 

적색 1를 말하는 듯하였다. 식용 색소는 적색 몇 호, 청색 몇 호로 부르는데, 그런 호칭이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것인가 싶었다. 알을 뺀 명태. 몸통이 남고, 아가미와 내장이 남고, 이리가 남고……

 

우리 민족은 이를 다 먹었다. 탕으로 먹고 조려 먹고 젓갈을 담가 먹었다. 가장 많았던 것은 알을 거두고 난 다음의 명태이다. 이를 씻어 말렸다. 북어이다. 명태 이름 중에 북어의 별칭이 가장 많은 것도 이 이유이다. 북어 중에서도 특히 함경도에서 말린 것을 황태 혹은 노랑태라 하였다.



돌아오지 않는 명태, 그러나

그 많던 명태가 1980년대 말에 조황이 오락가락하다가 90년대 들어 확 줄어들어서는 마침내 동해 명태는 구경도 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 원인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있었으나 원인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또 원인을 알아낸다 하여도 명태를 돌아오게 할 수 있을 지는 알 길이 없었다.

 

명태탕에 북한, 일본, 러시아의 딱지가 붙어 팔리었고, 그 명태탕을 먹으며 우리는 빤히 아는 그 명태의 원산지에 대해 다시 묻고는 한숨을 뱉곤 하였다. 물고기에 국적이 어디 있겠는가?

 

대해를 떠돌다가 일본 해역에서 잡히면 일본산이고 러시아 해역에서 잡히면 러시아산일 뿐인 것을. 그럼에도 그 명태에 늘 국적을 묻는 것은 동해의 자연과 어민 등등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명태가 잡히지 않음에도 명태축제를 이어가는 고성군민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클 것이다.

 


아예 이렇게 동해 명태를 볼 수 없게 되나 하였는데 근래에 기쁜 소식을 듣고 있다. 명태 양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하고 이를 부화시킨 후 어미로 키워서는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하였다.

 

명태를 산 채로 잡아오면 한 마리에 50만원을 주겠다는 현상 수배가 수년 전에 있었는데 그렇게 잡힌 명태로 연구를 하여 양식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번 양식기술로 태어난 명태가 산란기에 도달하는 2018년 이후부터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2020년에는 양식 명태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원산지가 러시아 혹은 일본이라 하여도 강원도에서 먹는 명태탕은 그 맛이 달랐다. 무에 대파, 그리고 조금의 고춧가루와 마늘 정도 든 것인데 그 시원함은 동해 수평선 같았다. 오래 전부터 늘 먹어왔던 음식이라 그럴 것이다.

 

그 맛난 명태탕을 내면서도 동해의 식당 주인들은 여기에 아쉬움을 붙였다. “명태가 싱싱하면 입에 살살 녹지. 옛날에는 말이야......”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싱싱한 명태로 끓인 탕을 먹을 수 있다. 이도 동해를 보며 먹어야 제 맛일 것이다.

 


 

: 황교익 유명 맛 칼럼니스트,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사진: 이응석 고성군청 

 

음식 촬영협조: 고성명태 한수위 www.goseongtae.kr 033-633-4499
속초 한마리 동태지게 033-244-9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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