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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원주 추어탕

  • Date.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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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추어탕

자연 조건이 맛을 결정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논의 벼는 베었고, 그 논바닥에는 조그만 물고기가 살이 올랐다.

 가을 추자가 붙은 추어(鰍魚)이다. 이를 넣고 끓이는 탕이 추어탕이다.

여름 보양식으로도 많이 먹지만 제철을 따진다면, 추어가 살이 올랐을 때인, 가을과 겨울이다. 

 

 

추어탕을 앞에 두고 벌이는 설전

추어탕은 지역마다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추어탕 집마다 제각각 서울식, 전라도식, 경상도식, 강원도식으로 낸다고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그 맛에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없다.


전라도식이라 하면서 초피 대신에 산초를 내놓는 집도 있고, 경상도식이라 하면서 방아를 알지도 못하는 집도 있다.



대한민국이 좁다 보니 추어탕 조리법이 서로 뒤섞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식당 주인이나 주방 인력이 간판에 적힌 그 지명의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참 순진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표 추어탕을 앞에 두고 애향심이 발동하여 설전이 벌어지는 것을 가끔 목격하게 된다.

설전의 처음은 대체로 자신의 고향에서는 어떤 식으로 추어탕을 끓이느냐 에서부터 시작한다.

 

된장을 넣네 고추장을 넣네 하다가, 초피가 맞네 산초가 맞네 제피가 맞네 한바탕 소란이 인다.

(맵고 얼얼한 맛이 나는 것은 초피이다. 산초는 매운맛 없이 조금의 향기만 있다.)

여기까지는 일행 중에 상식 넓은 이가 적당히 승부를 가려주어 별 탈이 없을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주재료인 민물고기로 넘어가게 되면 그 혼돈은 극에 달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미꾸리라 하였고 그게 표준어이다. 사전에도 그리 되어 있다.”


이 즈음에서는 스마트 폰이 동원될 것이다. “검색하니까 미꾸라지가 사전에 올라 있다.

미꾸리가 사투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게이설을 워낙 많이 담고 있어 정답을 딱 찍어 말해주지 않는다.

하여, 우리가 먹은 그 작은 민물고기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고 설전은 막을 내린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다르다

추어는 우리말로 미꾸라지 또는 미꾸리이다. 이 두 물고기가 따로 존재한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둘 다 잉어목 기름종개 과의 민물고기이다.

일반인들이 이 둘을 육안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이다.


둘 다 생태적으로는 비슷하다. 입가에 조그만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며 수면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호흡을 하고 가물거나 겨울이면 흙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모양새에서 약간 다른데, 몸통이 약간 둥그스름한 것이 미꾸리이고 세로로 납작한 것이 미꾸라지이다.

래서 미꾸리는 별칭으로 둥글이, 미꾸라지는 납작이 또는 넙죽이라 불린다.


우리 땅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는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더 강한 종이어서 야생 상태에서 포획을 하면 미꾸리가 더 많이 잡혔다. 그리고 미꾸리가 미꾸라지에 비해 구수한 맛이 더 있어 토종 대접을 받았다.

요즘 추어탕 집에서 쓰는 물고기는 미꾸라지가 대부분인데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15센티미터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치어를 받아와 이 크기에 이르기까지 기르려면 미꾸라지는 1년 내외면 되지만 미꾸리는 2년은 넘겨야 한다. 그러니 양식업체에서는 미꾸라지를 선호하고 추어탕 집에서는 이 미꾸라지로 탕을 끓일 수밖에 없다.


추어탕 맛이 예전과 다르다고 불평하는 어르신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 까닭이 이 작은 물고기의 변화에 일부 원인이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보통 사람의 입맛으로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구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 둘을 비교하며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 입에는 어떤 물고기의 추어탕이든 맛있다.

 

 

추어탕 맛있는 지역의 공통점

전국에 추어탕집이 있다. 그래도 추어탕으로 유명한 지역을 꼽자면 전북 남원과 강원 원주이다.


이 두 지역의 추어탕을 두고 그 조리법에 따라 분류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 남원이 대체로 된장을, 원주가 대체로 고추장을 쓴다지만, 관찰해보면 이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 남원에서도 고추장을 쓰는 집이 있고 원주에도 된장 쓰는 집이 있을 것이다.


 미꾸라지를 갈기도 하고 통으로 넣기도 하는 것도 같다. 시래기를 넣는 것도 같다.

초피나 산초는 대체로 손님 제량에 맡길 뿐이니 이도 다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원주와 남원에서 나는 외려 추어탕 맛있는 지역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물과 땅이다.




원주와 남원은 높은 산을 기대고 있다. 치악산과 지리산이다. 그래서 지대가 높고 물이 맑다. 치악산의 물은 계곡을 돌아 남한강으로 들고, 지리산의 물은 역시 계곡을 돌아 섬진강으로 든다. 물이 맑으니 여기서 자라는 미꾸라지도 맑다.




원주든 남원이든 추어탕의 주재료를 보면 미꾸라지보다 시래기가 더 들어간다. 시래기 맛이 중요할 터인데, 원주와 남원이 이 조건에서도 같다. 무청 말린 것이 시래기이다. 무가 먹을 만큼 자라면 무청은 질겨 시래기가 맛이 없다.

시래기용 무를 따로 키워야 한다. 시래기용 무의 재배 적지는 고랭지이다. 지대가 높고 날씨가 서늘하여야 한다.



원주가 그렇고 남원이 또 그렇다.

강원도 원주 추어탕 이야기 하는 자리에 전라북도 남원 추어탕을 겹쳐 말하는 것이 적절한가 싶을 수도 있을 것이나, 음식의 맛이 어디에서 오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그런 것이다. 향토음식에서 우리는 흔히 그 지역 전래의 솜씨를 떠올린다. 그보다는 그 지역의 자연을 떠올리는 것이 그 맛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결론은, 원주는 추어탕이 맛있을 수 있는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황교익 유명 맛 칼럼니스트,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사진: 김시동 본지 객원 사진 작가, 원주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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