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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서리태 콩국수

  • Date.2016-08-08
  • View.10403


농사는 힘들어도 맛은 보장되는

강원도의 비탈진 밭에서 자란

 

서리태 콩국수

 

여름이면 역시 콩국수이다.

콩을 불리어 살살 문질러 껍데기를 거두어내고, 이를 삶아서 갈아 얼음 둥둥 띄우고, 여기에 쫄깃하고 하얀 소면을 더하면…… 욕심을 내어 참깨니 땅콩이며 아몬드, 호두 등등을 갈아 넣기도 하는데, 내 입에는 어색하다. 콩이면 된다. 여기에 소금간 하고 오이를 썰어 올리면 끝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있을 만도 한, 콩국수에 대한 추억이 내게 없다. 집에서 해먹은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았다, 옛날에 혹 집에서 콩국수를 해서 먹었는지 어땠는지. 의외로 나처럼 콩국수 추억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집에서 먹기보다 식당에서 처음 먹었고, 또 요즘도 그렇게 먹고 있다고들 했다.

 


 

콩국수를 하려면 집에 메주콩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걸 장만해두는 일이 1960년대 이후 도시 지역에서는 아주 드물었다. 메주콩(백태라고도 불린다)은 말 그대로 메주를 빚는 콩이다. 한국인이 집에서 장을 담그는 일을 멈춘 게 대충 그때이다. 나는 1962년생이고 산업도시 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광에 메주콩은 없었고 집에서 만든 콩국수를 못 먹었던 것이다.

 


 

콩국의 음식은 의외로 많다

콩국수 추억이 부재한 이유를 추리하다가 문득 우무콩국이 기억났다. 젊은이들은 잘 모를 것이고, 내 연배는 익히 알 것이다. 이도 여름 음식이다. 우무는 우뭇가사리라는 해초를 끓여서 굳힌 묵이다. 희고 투명한 우무가 일반적인데 약간 거무스레한 것도 있다. 큼큼한 깊은 바닷내가 여기에 묻어 있다. 우무를 가늘게 채 썰면 입술과 혀, 입천장을 매끈하게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냉콩국에 채썬 우무를 넣은 음식이 우무콩국이다. 소금으로 간을 한다.

 

 

내 고향 마산에서는 이 음식이 흔하였다. 시장에서 흔히 팔았다. 동네에서 조그만 가게에서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름이면 집에서도 이를 먹었다. 집에서 콩국을 만들고 우무를 빚고 한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사와서 먹었다. 1980년 서울 올라와 이 음식을 잊었다. 파는 데가 없으니 잊은 것이다. 그러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이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경동시장에 가면 아직도 이 음식이 있을 것이다.

 


 

콩죽에 대한 기억도 뚜렷하다. 이건 외가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외할머니가 해주었었다. 외할머니의 음식은 투박했는데 호박죽을 해도 호박 덩어리가 씹히고 도토리묵에는 쓴 맛이 났다. 맛내기 위해 기교를 부리는 일 없이 그냥 그 재료 맛이 나게 음식을 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린 내 입에는 맛있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콩죽도 그랬다. 불린 콩을 절구에 찧은 후 불린 쌀과 함께 쑨 죽이었다. 소금간만 해서 먹는데, 콩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퍼지고 약간 거친 콩알의 느낌이 혀에 와 닿는, 세련된 음식은 아니었다.

 


 

마산에는 맛있는 콩죽도 있었다. 어린 시절 마산역 앞에서 먹었던 들큼한 중국식 콩죽이다. 쇠로 만들어진 콩죽 통이 리어카에 실려 있었고 그 통 아래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어 꼭지를 틀면 콩죽이 나왔다. 사발에다 담아주는데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했다. 소금보다 설탕을 듬뿍 넣었었다.

 

여기에 꽈배기를 가위로 잘라 넣고는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의자 같은 것은 따로 없었다. 한 손엔 사발, 한 손에 숟가락을 들고 서서 먹었다. 1990년대 중반에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이와 유사한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설탕을 넣은 콩죽에 찹쌀 튀김 빵을 적셔 먹었다. 중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주로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콩국수는 1980년 서울 와서 처음 먹었다. 마산에서도 먹었을 수도 있는데, 하여간 기억이 전혀 없다. 그 처음 먹은 곳은 식당이었고, 그것도 중국집에서였다. 동네 중국집이 여름이면콩국수 개시하고 띠지를 붙였었다. 중국집 콩국수가 의외로 맛있었다. 노란색의 중화면 덕이 아닐까 싶은데, 국수에 간이 적절히 되어 있고 굵어서 고소한 콩국과 잘 어울렸다.

 


 

콩 비린내가 싫다는 그대들에게

콩국수에 대한 추억을 쫓다가 내 인생의 온갖 콩국 요리가 등장하게 되었다. 내 연배이면 비슷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농촌 출신이면 조금 다를 것이다. 콩국수 정도야 집에서 해먹었을 것이니!

콩국수는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이 먹는다.

추억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콩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콩이 든 거의 모든 음식을 싫어한다. 콩이 왜 싫은지 물으면 답은 거의가 이렇다. “비려요.” 콩의 그 옅은 비린내를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콩국수집들의 콩국수는 대부분 콩의 맛이 나지 않도록 조리된다. 땅콩이며 아몬드며 호두 등등의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다. 고소하여 맛있다 하나, 내 입에는 콩의 향이 죽어 있어 견과류국수로 여겨질 뿐이다. 견과류를 안 넣는다 하여도 비린내 잡는다고 콩을 너무 삶아서 맛을 버리는 예도 많다. 이런 콩국수는 메주 냄새가 난다.

 

 

콩 비린내는 메주콩의 단점인 것은 분명하다. 어릴 때부터 이에 적응하지 않으면 먹어내기가 어렵다. 이럴 때에, 방법이 있다. 콩국수를 할 수 있는 콩은 메주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리태도 된다. 검은콩이다. 겉이 검다고 다 서리태인 것은 아니다. 껍데기를 깠을 때에 그 속이 녹색이어야 서리태이다. 껍데기가 검어도 속이 메주콩처럼 노랗다면 서리태가 아니다. 이런 콩은 그냥검은 메주콩이다. 서리태는 속이 녹색이니속청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서리태는 메주콩의 단점 중 하나인 비린내가 극히 적다. , 달다. 그래서 밥밑콩으로 흔히 쓴다. 이 콩으로 콩국수를 하면 어릴 때에 콩국수를 먹어보지 못했다 하여도 다들 맛있다 한다.

 

 

콩은 역시 강원도이다. 서리태도 그렇다. 까닭이 있다. 콩은 비탈진 밭에서 자라야 달고 맛있다. 비탈이 지면 물이 잘 빠지는데, 그래야 콩의 뿌리혹박테리아가 번성하게 된다. 비탈이 지면 또 볕이 잘 들고, 그래서 광합성작용이 활발하여 콩이 달고 실해진다.


강원도의 밭이 한반도의 여느 지역보다 비탈지다. 농사짓기는 힘들어도 맛은 확실히 보장되는 땅이다.

 

글 : 황교익 유명 맛 칼럼니스트,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사진 : 조은노 강원도청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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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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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어머니도 콩국수 정말 좋아하시는데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양승훈 2016-08-18 15:13 삭제

  • 건강해지는 느낌의 서리태 콩국수~

    Joyun Baek 2016-08-11 17:16 삭제

  • 콩국수 너무 고소하겠어요ㅎㅎ

    하이얀 2016-08-11 16:58 삭제

  • 시원하게 콩국수 한 사발 들이키고 싶네요~^^

    이진기 2016-08-10 13:23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