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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올챙이 국수

  • Date.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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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국수

올챙이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재래시장에 가면 간혹 올챙이국수 간판을 볼 수 있다. 크면 개구리가 되는 그 올챙이로 국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옥수수 국수이다.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가루를 내고 이에 물을 더하여 가마솥에서 대여섯 시간 고아을 만들고 이를 체에 흘려서 내린 국수이다. 체에서 빠져 나오는은 점성이 부족하여 뚝뚝 끊어지게 되는데, 그 모양이 올챙이 같다 하여 올챙이국수이다.

 

 

올챙이란 이름은 그렇다 치고, 이게 국수인가 하는 것에 의문을 붙여볼 필요가 있다. 국수란 밀, 메밀 등의 곡물 가루로 반죽을 하여 늘이거나, 평평하게 만들어 썰거나, 틀에다 넣고 눌러 뽑는다. 더운 물에 반죽을 하는 일은 있어도 올챙이국수처럼 솥에서 푹 끓여서을 만드는 일은 없다.

 

전분질의 곡물 가루를 솥에서 푹 끓인 후 식혀 만드는 식품은 묵이다. 도토리묵, 청포 묵, 메밀묵 등등을 다 이렇게 만든다. 올챙이국수는 체에 흘려 내려 국숫발 비슷하게 만든다 하여도 제조법을 보면 묵인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올챙이 묵이라 쓴 간판을 볼 때도 있다.

 

 

외래의 옥수수로 밥과 죽, 그리고 국수를 해먹다 

옥수수는 남아메리카의 작물이다. 유럽인의 이른바 신대륙 발견 이후 세계로 번져나갔다. 우리 땅에 전래된 것은 조선시대이다.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남아메리카의 고산지대 작물이어서인지 한반도의 북녘에서 주로 키웠다. 지대가 높은 선선한 땅에서 잘 자라는 것이다. 강원도 옥수수가 유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옥수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다. 땅에 거름기가 적어도 잘 자라는 편이다. 한반도 북쪽의 거친 땅에 키우기 적합한 작물인 것이다. 그렇게 하여 옥수수는 급격하게 재배 면적을 넓혀나갔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되었다. 풋옥수수일 때에는 그냥 쪄서 먹어도 되지만 다 익으면 그렇게 먹을 수가 없다.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의 경우는 딱딱한 옥수수를 갈아서 반죽을 만든 다음에 구웠다. 수프를 쑤기도 하였다. 옥수수 유입 초기에 조선인들은 그런 방식의 조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였을 것이며, 또 안다고 하여도 그때까지의 음식관습에 맞지 않아 받아들이지 못하였을 것이다.

 

 

 

한반도 최초의 옥수수 음식은 아마 옥수수밥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곡식이든 밥을 지었고 여기에 반찬과 국을 곁들여 먹었다. 다 익은 옥수수 알갱이의 껍질을 벗겨 밥을 지으면, 식으면 많이 딱딱해지기는 하나, 먹을 만하였다. 이 밥을 옥밥이라 하였고, 밥을 지을 수 있게 껍질을 벗긴 옥수수 알갱이를 옥쌀이라 하였다. 쌀이 넉넉해지면서 이 옥밥이 사라졌는데, 북한에서는 아직 흔히 먹는다는 말을 듣고 있다.

 


옥밥만큼 흔하였던 것은 옥수수 죽이었을 것이다. 말린 옥수수 알갱이를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넣고 나물을 더하고 된장으로 간을 하여 먹는 음식이다. 나이 많이 드신 강원도 토박이 중에는 이 음식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특히 춘궁기에 이 옥수수 죽을 많이 먹었다 한다. 20여 년 전에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 집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기묘하였다. 여물 냄새가 났다.

 

 

밥과 죽 다음으로 주로 해서 먹었던 음식이 국수이다. 옥수수 국수는 밥이나 죽에 비해 손이 많이 간다. 그러니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었다. 밥과 죽은 일상 식이었고 국수는 별식이었던 것이다. 별식이니 여태까지 재래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하여간 옥수수로 한 음식 중에는 밥과 죽보다 국수가 맛에서 우등하다.  섹시한 촉감이 좋다

 


밥이나 죽보다 맛있다 하나, 올챙이국수는 면만으로는 향도 없고 밋밋하다. 그래서 갖은 양념을 하여 비벼 먹는다. 그 비빔 양념을 보면 도토리묵 양념과 거의 같다. 국수 모양의 묵이니 그 양념이 어울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력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미끈한 겉면이 입술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짧은 국수발이 입안을 휘저으면서 내는 촉감은 여느 국수에서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 촉감을 최대한 즐기려고 올챙이국수를 입안에 머금고 혀로 놀리면 된다. 참 섹시한 국수이다.

  

 

근래에 올챙이국수 모양에 변화가 생겼다. 굵은 우동 면발로 길게 뽑아낸다. 체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면기에 넣고 눌러 뽑는다. 그렇다고 맛이올챙이 시절보다 나아진 것은 아니다. 모양만 바뀌었을 뿐이다. 올챙이도 아니니 이건 진짜로 옥수수국수라 불러야 한다. 아니다. ‘국수 모양 옥수수묵이라 해야 하나, 어쩌나.

 

 

올챙이국수에 쓰이는 옥수수는 노란색의 메옥수수이다. 찰옥수수로 하면 퍼져서 국수가 되지 않는다. 올챙이국수 식당 주인도 그렇고 옥수수 시험장의 연구원들도 찰옥수수로는 올챙이국수가 안 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찰옥수수는 그냥 쪄서 먹는 게 더 맛있다.

 

: 황교익 유명 맛 칼럼니스트, tvN 수요미식회 패널리스트, 강원도 명예도민

사진 : 김시동 본지 객원 사진작가, 강원아카이브 www.seephoto.kr

강원도 세월 속에 맛, 삶은 이어지고수록 사진(이인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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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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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그쵸? 눈코입 없는 올챙이인줄~

    Joyun Baek 2016-07-25 13:01 삭제

  • 악!!ㅋㅋㅋ처음 사진 진짜 올챙이 같이 생겼어요!

    한여름 2016-07-22 14:41 삭제